렌터카 노리는 中 전기차 vs 개인 공략하는 韓 전기차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장점인 중국 전기자동차업체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노리는 현대자동차·기아가 각기 다른 판매 전략으로 유럽과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글로벌 렌터카업체의 전기차 전환 수요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개인 고객 중심으로 한 영업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15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유럽 렌터카업체 유로카는 중국 전기차 구매를 늘리고 있다. 르노와 스텔란티스 차량을 주로 구입하던 유로카가 중국 지리차의 폴스타 등에서 차량을 공급받기 시작했다. 2024년까지 전체 차량의 20%를 친환경차로 전환할 계획인 유로카는 2년 내 전기차 7만 대를 구매할 예정이다.

렌터카 노리는 中 전기차 vs 개인 공략하는 韓 전기차
업계에서는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현대차·기아의 전략을 답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차·기아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 렌터카업체를 집중 공략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 브랜드를 알리고 초기 판매량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중국의 전략 방향도 대동소이하다. 내연기관 브랜드 명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저품질 중국산’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방법은 렌터카가 유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 유럽 렌터카업체 허츠코르시카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중국 업체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렌터카업체의 러브콜에 중국은 지난해 50만여 대의 전기차를 수출해 글로벌 1위 전기차 수출국이 됐다. 테슬라의 상하이공장 생산분 10만 대를 제외하더라도 독일(23만 대) 미국(11만 대)보다 많은 물량을 해외로 보내고 있다. 최대 수출처는 유럽이다. 2020년보다 다섯 배 증가한 23만 대의 전기차를 유럽에 수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으로 가격을 낮춘 배터리를 장착한 중국 전기차를 렌터카로 접해본 뒤 이상이 없으면 구매하겠다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개인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 지난해 각각 5위와 4위를 차지한 만큼 인지도가 있어 렌터카업체에 끌려다닐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전기차 공급량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이익이 박한 렌터카 시장을 공략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회사 관계자는 “영국과 독일에서 ‘올해의 차’로 뽑힌 현대차 아이오닉 5,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한 기아 EV6 등을 기반으로 소매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판매 전략도 과거와 다르다. 현대차의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73만8081대다. 이 중 법인 판매량은 4만3732대로 6%에 불과하다. 전년과 비교해도 법인 판매량이 24%가량 감소했다. 오토모티브뉴스는 “현대차가 미국에서 2~4월 법인용 판매를 제로로 줄이고 모든 생산 차량을 소매 판매하기로 했다”며 “생산량도 지난해보다 20%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