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경제학자가 살아남는 10가지 방법
경제학자는 다양한 거시 지표를 가지고 경제의 방향성을 읽어낸다. 경제가 성장할지, 침체가 올지 등 이들의 분석은 주식시장 참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들의 예측이 얼마나 맞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투자자들도 많다. TS 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수석 경제학자가 쓴 글이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셀사이드(증권사) 경제학자의 원칙 (The Rules To Being A Sellside Economist)'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조적으로 월스트리트 경제학자들의 한계를 말한다.

증권사 이코노미스트(경제학자)의 첫 번째 원칙은 경제 전망을 할 때 적용된다. 퍼킨스는 국내총생산(GDP)을 예측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간 낭비라고 지적했다. 어떤 투자자도 실제로 이 경기후퇴의 지표가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GDP 예측을 '올바르게(right)' 하는 것은 경제학자로서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GDP를 예측하는 팁도 제시한다. 과거에는 어떤 추세가 있었지만 지금은 현재 수준에 근접해있다고 가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이것이 보통 2% 정도라고 했다. 만약 이 가정이 틀렸다면? 비계절적인 날씨를 탓하면 된다.

두 번째는 일 년을 절반으로 나누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반기 경기가 좋지 않으면 하반기에는 회복할 것으로 가정하는 식이다. 상반기가 강하다면? 하반기에는 속도를 줄인다고 가정하면 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경제 성장은 2%에 가까울 것이라고 하면 된다.

세 번째 원칙은 경제적 충격에 대해 분석을 할 때 적용된다. 극단적인 날씨나 정부 폐쇄, 무역 관세, 산업 활동 등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기자들은 이코노미스트에게 전화해서 이것이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다. 이럴 경우에는 중요하게 보일 만큼 충분히 높지만 몇 주 안에 예측을 바꾸거나 잘못된 것처럼 보일 정도로 크지 않은 답변이 필요하다고 했다. 퍼킨스는 GDP 전망치에서 0.3%포인트 정도를 더하거나 빼는 규칙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불황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 예측을 요구할 테니 이때는 침체의 위험을 강조하되 이것이 적어도 18개월 후라고 주장하라고 조언했다. 만약 침체가 더 빨리 일어난다면 위험에 대해 올바르게 경고했다고 말할 수 있고, 침체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면 예상을 연기하면 되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기를 기도하라고 했다.

시장의 주목을 받고 싶지만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은 경제학자에게는 '40%룰'을 제안했다. 기본적으로 40% 확률로 원하는 것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그리스가 유로화를 탈퇴할까요? "40% 정도의 확률로?"라고 말하는 식이다. 절대 안 된다거나 100% 확신하는 대신 말이다. 퍼킨스는 "40%는 다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높은 확률"이라며 "이 때문에 당신의 경고를 들어야 할 뿐 아니라 만약 그것이 발생하지 않아도 놀라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가 내년 미국 경제의 침체확률을 25~30%라고 한 것이 떠오르는 원칙이다.

월가에서 경제학자가 살아남기 위한 여섯번째 원칙은 중앙은행을 감시할 때 중요하다. 대부분 중앙은행은 정확하게 그들이 할 일을 발표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그 얘기를 반복하면 그 역시 비판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먼저 조금 더 매파적으로 갈지, 비둘기파적으로 갈지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또 조심해야 한다. 경기 후퇴 예측과 마찬가지로 시장가격이 정책 입안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강한 전망을 해선 안 된다. 대신 6~12개월 정도의 시간을 두고 예측해야 한다. 그런데도 예측이 빗나간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도 알려준다. 예를 들어 당국자들이 정책 실수를 하고 있다고 말하거나 그들의 대응 기능이 변했다고 하는 것이다.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되도록 피하라고 했다. 정말 어렵고 대부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 예측이 필요하다면 현물 가격보다 약간 낮은 전망치를 선택한 후 최신 시장 동향에 맞춰 그것을 바꾸라고 했다.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으면 12개월 전망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정확하게 '시장 컨센서스'가 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시장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려면 아주 좋은 이유가 필요하다. 또 투자은행에서 일한다면 고객들에게 받을 반응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약세장을 예상했는데 장이 오르면 모두 경제학자를 바보로 볼 것이고, 실제 주식이 떨어져도 모두 경제학자를 미워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강세장과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했을 때 주식시장이 상승하면 영웅이 되고, 하락하더라도 모두가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차트를 만드는 것도 마스터해야 한다. 그는 두축에 표시할 수 있고, 데이터 지연, 반전, 이동 평균 등을 실험하는 충분한 시간만 있다면 거의 모든 변수 사이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변수 간의 관계를 보여줄 수 없다면 시기를 글로벌 금융위기를 포함해 다시 시도해보라고 했다. 그는 "그럼 모든 것이 상관관계를 갖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다른 모든 것이 실패한다면 '유동성'을 비난하라고 했다. 유동성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금 읽어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지만 실제 이 글은 2020년 1월에 쓰인 것이다. 최근 월가에서 다시 이 글이 많이 읽히는 것을 놓고 경제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