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허문찬 기자
사진=허문찬 기자
증시 대장주이자 국민주인 삼성전자가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올해도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를 감안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 시스템을 열었다. 하지만 주가 부진과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 등 잇단 악재로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한 만큼 직접 경영진의 입장을 듣기 위해 현장에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16일 오전 9시부터 진행될 삼성전자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는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주총장에선 시원치 않은 주가 흐름에 대한 책임 추궁이 거셀 전망이다. 주가는 작년 1월 사상 최고가인 9만6800원을 기록하며 이른바 '10만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후 1년 내내 주가는 약세였다. 한동안 7만원 선에서 답보하던 주가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반도체 수급난이 전망되면서 넉 달여 만에 6만원대로 떨어졌다. 고점을 찍은 작년 1월과 비교하면 시가총액은 163조원가량 증발한 셈이다.

주가 부진은 투자자들 수급에서도 눈에 띈다. 연초 이후 기관과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각각 3조6229억원, 6618억원 팔아치웠고 개인은 4조227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만 순매수세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작년 이맘때 개인 순매수 대금이 14조원을 웃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분위기다. 이달 초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506만6351명으로 지분율이 65.71%에 이른다.

주가가 부진한 데 대한 설명과 부양 방안을 현장에서 직접 듣기 위해 수많은 주주들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주주총회가 열리는 센터 3층 컨벤션홀과 1층 전시홀의 수용 인원은 3500여명이다.

주주들은 'GOS 사태'와 관련된 설명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새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S22'를 출시하면서 과도한 발열을 막기 위해 해상도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주된 성능을 제한하는 GOS 기능을 탑재했다. 이전까지는 GOS 기능의 활성화 여부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었다면 이번 최신 운영체제인 'ONE UI 4.0'부터는 기능 사용을 강제해 논란이 됐다.
지난해 열렸던 삼성전자 주총현장. 삼성전자 주주들이  수원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주주총회장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자료=한경DB
지난해 열렸던 삼성전자 주총현장. 삼성전자 주주들이 수원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주주총회장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자료=한경DB
이에 불만을 품은 주주들이 스마트폰 사업의 수장인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의 이사 선임안에 대한 반대투표 인증글을 공유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7600여명이 가입한 네이버 카페 '갤럭시 GOS 집단소송 준비방'에선 법무법인 에이파트와 함께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 참여자는 2000명 안팎으로 전망되고 있다.

카페 운영진을 주축으로 주총 당일 주총장과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진행한다. 카페 운영진은 기자와 통화에서 "사실상 처음부터 삼성 측이 주주들이 납득할 만한 대응을 했다면 소송까지는 안 갔을 것"이라며 "사과와 보상이 아닌 대기업의 책임 회피로 인해 소송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각종 논란에 대한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은 자사주 매입이라는 강수를 뒀다. 전일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은 삼성전자 보통주 1만주(약 7억원)를 매입했다.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과 GOS 논란의 중심에 선 노 사장도 각각 삼성전자 6000주(약 4억2000만원), 보통주 8000주(약 5억6000만원)를 매입했다. 주총이 임박한 가운데 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는 오히려 추가 하락했다.

한편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업황이 위기에 몰린 만큼 자사주 매입 등 일회성 조치나 주주총회 내 발언 등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과 재작년의 경우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를 통해 배당정책 등 주주환원정책을 언급하고 이후 주주총회에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선 추가적으로 언급될 만한 주주환원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종 논란이 실적과 직결되지는 않는 만큼 이번 주총 내용이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로서는 주주들에게 자사 사업전략의 방향성에 대해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