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세계 경제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중국의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가 봉쇄(셧다운)되면서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셧다운이 단기적으로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요 위축과 공급망 차질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중국 업체와 경쟁 관계에 있는 기판, 디스플레이산업에서는 수혜가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전·동관 셧다운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KRX정보기술지수는 16.1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0.69% 빠진 것보다 하락폭이 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부품·원자재 공급난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최근에는 중국발(發) 공급망 차질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선전시에 대해 지난 14일부터 1주일간 전면 봉쇄에 나섰다. 동관시, 창춘시, 지린시, 상하이시 등도 봉쇄하거나 준봉쇄 수준으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2020년 2월 이후 처음으로 5000명이 넘자 도시 전체를 틀어막은 것이다.
선전시는 애플의 아이폰 생산업체로 유명한 폭스콘 공장이 있다. 텐센트, 화웨이, 비야디(BYD) 본사도 선전시에 있다. 폭스콘은 이번 사태로 선전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김종원 KB증권 연구원은 “폭스콘이 선전 공장 대신 다른 공장에서 아이폰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LG이노텍이나 비에이치 등 국내 기업에 대한 주문 감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서도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고 있던 만큼 중국 휴대폰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셧다운이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에서의 부품 조달이 어려워 완제품 생산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기판·디스플레이 수혜 기대

반면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일부 업종에서는 수혜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2020년 1월 중국 후베이성에 봉쇄 조치가 시행됐을 때 일부 메인보드 기판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며 “기판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생산 차질 확대를 우려한 제조사들이 주문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세계 기판 생산량의 55%를 차지한다. 기판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세계 3대 반도체 기판 업체인 대만의 유니마이크론도 선전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판 업체로서도 완제품 수요 둔화 우려는 악재지만 반사 수혜 강도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심텍이수페타시스를 수혜주로 꼽았다. 이날 심텍은 5.18% 오른 5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층인쇄회로기판(MLB) 업체인 이수페타시스는 이날 5.67% 급등했다. 대덕전자(6.07%), 코리아써키트(10.20%), 해성디에스(5.04%) 등 다른 기판 업체도 강세를 보였다.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했던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전시에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CSOT의 LCD 패널 공장이 있다. CSOT의 해당 지역 LCD 생산량은 세계 생산량의 10~15% 수준이다.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주가가 부진했던 LG디스플레이LX세미콘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찬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봉쇄 조치로 CSOT의 공장 가동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2분기에 LCD 패널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와 LX세미콘은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하단에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