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고, 고교학점제를 반영한 입학 전형을 연구개발하는 대학에 총 575억원을 지원한다. 대입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방안이지만 교육계에선 대학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2~2024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16일 발표했다. 입학전형 간소화로 학생·학부모 부담을 완화하고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을 지원하는 취지의 사업이다.

올해는 90개 대학을 선정해 총 575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선정 대학은 지난해 75곳에서 15곳 늘렸다. 지원 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했다. 2년 뒤 평가해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1유형 70곳과 2유형 20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2유형은 2018년 이후 이 사업에 선정된 적이 없는 대학이 지원 대상이다. 1유형은 대학당 평균 7억5000만원, 2유형은 대학당 평균 2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선정된 대학은 국고 지원금의 60%를 입학사정관 인건비 등으로 쓸 수 있다.

평가지표에는 ‘고교교육 연계성’ 항목이 추가됐다. 대입전형과 고교 교육과정 간 연계를 강화해 수험생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대입 수시전형에서 수능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하는 대학에도 점수를 준다.

2025년 전면 도입 계획인 고교학점제 등 고교 입시제도 변화를 반영한 대입전형 연구와 결과 활용계획(5점)도 평가한다. 고교학점제가 대입전형에 빠르게 반영돼 유지·확대될 수 있도록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정시 확대 기조는 유지된다. 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이 30% 이상이어야 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16개 대학은 2023학년도까지 40%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정시모집 비율 확대와 고교학점제 반영을 동시에 유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취지대로라면 학생별로 다양한 선택과목을 평가에 반영해야 하므로 정시보다 수시에 어울리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시 비율은 사업 참여를 위한 요건이고, 고교학점제는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대학들이 준비할 부분인 만큼 두 부분이 서로 상충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대학가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등록금을 인상할 수 없고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대학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입시의 세부 항목까지 정부가 일률적으로 지침을 내리는 것은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업에 지원할 대학은 오는 25일까지 사전 신청해야 하며, 사전 신청 대학은 다음달 28일까지 사업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