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의 부부 수석무용수 손유희(오른쪽)와 이현준이 1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발레극 ‘춘향’의 첫 파드되(2인무)를 선보이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의 부부 수석무용수 손유희(오른쪽)와 이현준이 1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발레극 ‘춘향’의 첫 파드되(2인무)를 선보이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수석무용수인 손유희(37)·이현준(36)은 결혼 10년 차 부부다. 그런데 요즘 연습실에선 처음 만난 연인처럼 설레는 사이로 변한다. 단옷날 첫눈에 반한 춘향과 몽룡의 풋사랑을 춤으로 풀어내야 해서다. 두 사람은 18~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지는 발레극 ‘춘향’의 주역으로 두 차례(18일·19일) 무대에 오른다. 지난 15일 연습을 마친 두 사람을 만났다.

“이미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사이여서 춘향과 몽룡의 설레는 풋사랑을 표현하는 게 어려워요. 첫 연습에선 춘향과 몽룡이 초야(初夜)를 맞을 때 쑥스러워하는 연기가 큰 과제였죠.”

발레극 춘향은 유니버설발레단을 상징하는 대표 레퍼토리다. 고(故) 박보희 UBC 명예이사장이 배정혜 전 국립무용단장에게 연출을 맡겨 2007년 판소리 ‘춘향’을 발레극으로 바꿨다. 우리 고전을 발레로 표현해 호평받았지만 대중성이 부족했다. 유병헌 UBC 예술감독이 2014년 디자이너 이정우, 무대미술가 임일진과 손잡고 춘향을 전면 수정했다. 초연에 썼던 창작곡 대신 ‘만프레드 교향곡’ ‘조곡 1번’ 등 차이콥스키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로 음악을 짰고, 의상과 안무도 현대적으로 바꿨다. 발레의 기본 틀을 유지해 발레 애호가들의 이질감을 줄였다.

[인터뷰] 손유희·이현준 부부 "멀리서 바라보던 남편 몽룡, 15년 만에 춘향 되어 만나네요"
2018년 이후 4년 만에 공연하는 춘향에서 손유희·이현준은 처음 주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2007년 초연 때 손유희는 조연인 향단 역을 맡았고, 이현준은 몽룡을 연기했다. 이후 이현준은 2018년 해외 투어에서도 몽룡 역을 맡았다. 이번 공연을 통해 15년 만에 부부가 주인공을 맡아 극중 연인을 연기하게 된 것이다.

“처음 춘향을 맡게 돼 춤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연습 때마다 남편이 이끌어줬습니다. 남편이 여러 번 몽룡을 맡은 덕을 봤네요.”(손유희)

입단은 손유희가 이현준보다 빨랐다. 손유희는 러시아 페름발레학교를 졸업한 뒤 2004년 UBC에 들어왔고, 3년 후 이현준이 입단했다. 선후배로 만나 인연을 맺은 둘은 2012년 결혼한 뒤 미국 털사발레단으로 함께 떠났다. 5년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활약하다 2018년 돌아왔다.

귀국 후 둘은 UBC에서 발레극 ‘오네긴’ ‘지젤’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대부분 서양 발레극이었다. 손유희에게 한국무용 동작이 가미된 ‘춘향’은 낯설었다. 하늘을 향하는 동작이 잦은 발레와 달리 한국무용은 땅을 보며 연기한다. 손유희는 “기본 동작부터 서양 발레와 달랐다”며 “그전까지는 서로 몸을 밀착해 파드되(2인무)를 췄는데, 춘향과 몽룡은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호흡을 맞춰야 했다”고 설명했다.

쉼 없이 바뀌는 감정을 이어가는 것도 고역이라고 했다. 주인공들이 이별하며 끝나는 서양 발레극과 달리 춘향은 주인공들이 조우하며 끝맺는다. 극은 ‘초야 파드되’부터 ‘이별 파드되’ ‘해후 파드되’로 빠르게 이어진다.

“전개 속도가 빠른 만큼 사소한 동작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서로 팔짱을 끼거나 눈을 마주치는 것도 조심스러웠죠. 부부라서 다른 듀오보다 과감하게 사랑을 표현했던 서양 발레극에서와는 달랐죠.”(이현준)

춤과 동작, 연기 모두 난제였다. 둘은 서로 배역과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공연을 준비했다. 갈등이 생길 때도 있지만 오히려 공연 수준을 높이는 데 서로 도움을 줬다고 했다. “각자 배역에 충실하려다 보니 갈등이 잦았습니다. 사소한 동작도 맞지 않으면 마음이 상했죠. 그래도 서로 예민하게 구는 부분을 알아서 수월하게 해결했어요. 연습 후반에 가선 서로 즐겁게 춤을 추게 됐어요.”(손유희)

이들은 무대와 연습실 환경을 비슷하게 조성해 연습했다. 이번 공연에서 UBC는 오케스트라를 활용하지 않고 배경음악으로 MR(music recorded·녹음된 음악)을 쓴다. 현장에서 느끼는 장대한 선율은 없지만, 무용수들이 정교한 동작을 선보일 수 있다.

“연습실에서 매일 MR을 틀어놓고 실전처럼 춤과 연기를 연습했습니다. 음악을 미리 몸에 익혀 계산된 동작과 춤을 선보이고 싶어서요. 현장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완벽한 무대를 펼치려고 합니다.”(이현준)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