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일 만에 탄도미사일을 쐈지만 발사 직후 미사일이 폭발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 들어서만 열 번째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후 처음이다. 이 미사일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의 거듭된 경고에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며 한반도 정세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ICBM 발사한 北, 윤석열 당선 후 첫 도발
합동참모본부는 16일 “북한이 오전 9시30분께 순안 일대에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미 정보당국에서 추가 분석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 미사일은 발사 초기 단계인 고도 20㎞ 이하에서 공중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당국은 해당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

군당국은 이번 미사일이 기존에 진행한 미사일과 같은 것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가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ICBM 관련 발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이번 발사와 같은 장소인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궤적을 속여 신형 ICBM ‘화성-17형’ 성능 시험 발사를 한 바 있다. 앞서 한·미 군당국은 이르면 이번주 북한이 화성-17형의 최대 사거리 발사를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북한이 이날 화성-17형을 고각으로 발사해 최대 사거리를 시험하려 했지만 실패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이 이날 미사일 발사에는 실패했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향후 협상을 위한 ‘몸값’을 올리기 위해 더 많은 무력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2017년 5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시험 발사에 처음 성공했는데, 전달인 4월에 약 열흘 간격으로 세 차례에 걸쳐 쏜 같은 미사일은 모두 공중 폭발하며 실패했다. 북한은 발사에 성공한 뒤에도 같은 해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상공을 가로질러 북태평양 해상으로 최대 비행거리(약 5000㎞)에 근접하게 발사했다.

미국의 대북 압박 수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미군 7함대사령부는 15일(현지시간)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 F-35C, 주력 전투기인 F/A-18 호넷 등이 출격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서해상에서 장거리 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미 7함대가 항모 공중 훈련 시행 장면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군도 군사적 대응을 시사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당국은 북한이 ICBM 도발을 감행할 경우 4년여간 중단됐던 미군의 장거리 폭격기가 참여하는 ‘블루 라이트닝’ 훈련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한·미는 탄도탄 추적요격훈련을 강화하고 맞대응 차원에서 탄도미사일 발사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2017년 7월 ICBM ‘화성-14형’을 발사했을 때도 한·미는 각각 탄도미사일 현무-IIA와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정상 국가와는 다른 미사일 개발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4월 15일 김일성 생일 전까지는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