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한국 800만 명 vs 대만 2만 명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는 2020년 1월 20일 나왔다. 대만에선 다음날 나왔다. 2년2개월이 지난 지금 국내 확진자는 800만 명에 육박한다. 대만은 2만1000여 명에 불과하다. 대만 인구가 2400만 명으로 한국의 45%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두 나라 차이가 380배나 난다.

어제는 국내 하루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40만 명을 넘어 최다 기록을 세웠다. 당초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 정점을 이달 16~22일로 보고 오는 23일부터 유행이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때 하루 최고 37만 명의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누적 확진자 수는 어제까지 762만9275명, 오늘 80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대만에서는 어제 하루 신규 확진자가 39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것도 자국 내 발생 환자는 없고 국외에서 유입된 것이다. 누적 확진자는 2만1402명, 사망자는 853명에 그쳤다. 한국 사망자는 1만1052명으로 대만보다 13배 많다. ‘방역 모범국’ 대만의 ‘T방역’에 각국의 찬사가 잇따르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은 지난해 말 미국 하버드대 강연에서 대만 방역의 성공 비결로 “선제 조치와 신속 대응, 투명성, 민주주의, 스마트 방역,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꼽았다. 백신과 치료제 도입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신속한 초동대처로 진원지인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막았다. 이 덕분에 가장 빨리 감염원을 차단한 나라가 됐다. 마스크 생산과 분배도 효율적이었다. 첫 확진자 발생 사흘 만에 마스크 수출을 금지하고 생산을 늘리며 ‘노마진’으로 국민에게 배급했다. 정치인 대신 의료 전문가를 중심으로 질병관리 체계를 일원화한 것도 주효했다.

한국은 초기에 중국인 입국 금지를 망설였다. 대중 교역 의존도가 높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대만의 대중 교역 의존도는 한국보다 높았고, 중국 본토에서 일하는 대만인은 85만 명을 넘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대만 정부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한때 ‘K방역 자화자찬’에 빠졌던 한국은 지금 코로나 치료제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지난해부터 다 쓰고 있는 ‘악템라주’를 어제서야 긴급 승인하며 부산을 떨었지만, 확진자 급증에 의료대란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