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 "내가 알던 푸틴과 완전히 다른 사람 됐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22년새 내가 알던 것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며 비판했다.

손정의 회장은 16일 온라인으로 열린 대학졸업생 및 경력직 채용 설명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그(푸틴 대통령)의 행위는 잘못됐다. 매우 비참한 일이라고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22년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에 취임하기 직전 직접 만난 적이 있다"며 "그때와 다른 사람이 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손 회장은 2000년 러시아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날 푸틴과 면담했다. 러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와 세계은행 총재 등이 동석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47세였다.

손 회장은 47세의 푸틴에 대해 "젊고 아직 무명이지만 가난한 러시아 사람들을 구해 조국을 더 좋게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불타는 눈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22년뒤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뉴스를 통해 본 푸틴의 모습에 대해 손 회장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슬프다"고 말했다. "1개월 전까지만 해도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소프트뱅크그룹은 러시아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지 않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비전펀드'도 러시아 기업에 투자한 사례는 없다.

손 회장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매우 비참한 일"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개입에는 반대했다. 그는 "나토 가맹국이 러시아에 공세를 취하면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것"이라며 "올해 후반과 내년까지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믿고 싶고 빌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