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
김상훈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
신탁재산은 위탁자의 고유재산과는 독립된 재산으로 취급된다. 그래서 위탁자의 채권자는 신탁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없고, 위탁자가 파산하더라도 신탁재산은 파산재단에 귀속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이러한 성질을 ‘신탁재산의 독립성’이라고 한다(신탁법 제22조).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이용하면 부모의 신용악화와 상관 없이 재산을 안전하게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재산을 신탁하면서 자녀를 수익자로 지정한 후 아버지가 채무초과 상태가 되거나 파산을 하더라도 신탁재산은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아들을 수익자로 하여 부동산을 신탁했는데, 아버지에게 언제든지 신탁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종료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경우에는 어떨까?

이런 경우에는 사실상 그 신탁재산이 위탁자의 책임재산이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즉 신탁이 존속하는 동안 위탁자가 언제든지 신탁계약을 종료시키고 신탁계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위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다는 것이 합리적으로 긍정되는 경우에는 위탁자의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위탁자의 일반 채권자들에게 공동담보로 제공되는 책임재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254891 판결).

그러나 신탁계약상 신탁부동산을 처분하는 데 수익권자의 동의를 받도록 정해진 경우에는 그 처분에 관하여 수익권자의 동의를 받거나 받을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탁자가 신탁을 종료시키고 위탁자 앞으로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에는 위탁자의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실질적으로 재산적 가치가 없어 채권의 공동담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으므로 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위탁자의 적극재산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254891 판결). 따라서 위탁자가 자신의 채권자로부터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서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위탁자가 신탁재산을 처분할 때 수익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규정을 신탁계약서에 포함시켜야 한다.

한편 위탁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신탁을 한 경우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위탁자가 가지고 있는 신탁계약상의 수익권은 위탁자의 일반채권자들에게 공동담보로 제공되는 책임재산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254891 판결). 따라서 만약 아버지가 생전수익권은 자신이 가지고 사후수익권은 자녀가 가지는 것으로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할 경우, 아버지가 가지는 생전수익권은 아버지의 재산이 되기 때문에 아버지의 책임재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