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시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시장. 사진=연합뉴스
3년째 결론을 미뤄오던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가 판가름 난다. 차기 정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민간 주도 시장경제 체제에 무게를 싣는 만큼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방향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고차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비공개로 열린다. 심의위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임명한 위원장을 비롯해 총 15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번 회의를 통해 반드시 결론 낸다는 의지를 다진 만큼 밤샘토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과 관련한 논의는 3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2019년 2월 보호 기간이 만료되자 같은 해 중고차 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다시 지정해달라고 중기부에 요청했다. 당초 중기부는 2020년 5월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했으나 차기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의식해 결정을 미뤘다. 중기부는 약 2년이 지난 올 1월 심의위를 열었으나 소득은 없었다.

시간이 지체되는 사이 허위·미끼 매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지속됐다. 중고차 시장은 판매자가 정보를 독식하는 대표적 '레몬마켓'이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2020년 1월부터 이날까지 접수된 중고차 중개·매매 관련 상담 건수는 1만1520건으로 품목별 집계치 중 4번째로 많았다.

완성차 업계는 이 기간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을 마쳤다. 현대차는 구체적 사업 계획을 제시하며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기아는 전북 정읍시에 중고차 사업 등록을 신청하는 등 물밑 작업에 나섰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중견 3사도 내부적으로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 사진=뉴스1
인천시 연수구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 사진=뉴스1
업계에서는 이날 심의위에서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간 심의위가 대선을 앞두고 명확한 결론 내기를 꺼렸던 만큼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윤 후보의 당선이 결과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동안 중기부가 대선 결과를 의식해 결정을 다음으로 넘겨 왔지만 이번에는 매듭을 지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윤 당선인의 정책 기조에 따라 (중고차매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으로 결론 나면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 부담은 한층 덜게 된다. 그렇지만 당장 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심의위 결과와 관계없이 중기부가 올해 초 현대차, 기아에 중고차매매업에 대한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린 상태이기 때문.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하기란 기존 여론과 기존 중고차 업계와의 갈등 측면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는 것과 관계없이 중고차 시장 진출과 관련해 어떠한 법적 제한이 없었음에도 시장 진출을 주저한 이유다. 권고를 어길 시에는 과태료 1억원도 내야 한다.

기존 중고차 단체는 여전히 대기업 진입 시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인증 중고차만 취급할 완성차 업계의 점유율은 2026년 최대 12.9%(한국자동차산업협회 분석 결과)에 달할 전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공정거래법은 1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3개 이하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독과점으로 규정한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