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값이 미쳤다…"오늘 계약하는 게 가장 싸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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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카플레이션' 현실화
테슬라, 일주일새 차값 두 차례 올려
일부 모델은 '시세'로 파는 현상도
현대차, 연식변경 모델 5~6% 인상
"출고 지연 장기화에 공급자 우위 시장"
'빠른 출고' 마케팅·마이너스 옵션도 지속
테슬라, 일주일새 차값 두 차례 올려
일부 모델은 '시세'로 파는 현상도
현대차, 연식변경 모델 5~6% 인상
"출고 지연 장기화에 공급자 우위 시장"
'빠른 출고' 마케팅·마이너스 옵션도 지속
원자재 가격 폭등과 러시아발(發) 공급망 불안이 그렇잖아도 오르는 자동차 가격을 한층 부채질 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인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현상이 불어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차값 인상을 주도하는 건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인플레이션 압박을 언급한 테슬라는 최근 한 주 사이 차량 가격을 두 차례나 인상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모든 차종의 가격을 올렸다. 가장 가격이 싼 모델3 리어 휠 드라이브는 2000달러(약 244만원), 모델3 듀얼 모터 올 휠드라이브는 2500달러(약 305만원) 인상됐다. 모델3 듀얼 모터 올 휠드라이브는 지난주에 이미 1000달러(약 122만원) 올린 바 있다. 모델3 고성능 차량인 퍼포먼스의 가격은 3000달러(약 366만원)나 인상돼 6만1990달러(약 7565만원)까지 올랐다.
중국 시장에서도 현지 생산하는 테슬라 모델Y와 모델3 가격이 최근 5%씩 인상됐다. 이에 따라 모델Y 롱레인지와 모델3는 1만8000위안(약 349만원)씩 올라 각각 37만5900위안(약 7305만원)과 36만7900위안(약 7146만원)이 됐다. 테슬라는 앞선 10일에도 중국 시장에서 두 차종의 가격을 1만위안씩 인상한 바 있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11일 주력 차종인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100만~200만원 올린 데 이어 15일에는 모델3 최하위 트림(스탠다드) 차 값을 6159만원에서 6469만원으로, 모델Y 최상위 트림(퍼포먼스)을 8799만원에서 9239만원으로 올렸다. 두 차례 합쳐 저사양모델은 310만원, 고사양모델은 540만원이나 뛰었다. 모델S나 모델X의 경우 아예 차량 가격을 정해놓지 않고 '시가'로 파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의 잇단 자동차 판매가격 인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몇 년 간 다가올 인플레이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언급한 뒤 "(테슬라와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원자재·물류 분야에서 강력한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썼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현대차 아반떼는 2020년 1570만원(이하 최하위트림 기준)이던 가격이 올해 1866만원으로 300만원 가까이 뛰었다. 현대차 싼타페 신형의 가솔린 모델 가격은 3156만원으로 이전 모델보다 각각 181만원 올랐다. 2020년 11월 기존 모델이 출시된 지 1년 만에 6.1% 상승한 것이다. 국내 출시된 쉐보레 픽업트럭 콜로라도 신형 가격도 240만원 올랐다.
통상 자동차 업계에서 연식변경 모델 신차 가격은 1~1.5% 인상이 대부분이었다. 올해의 5~7%대 인상은 부품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등 부품 부족으로 소비자가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할 만큼 공급자 우위 현상을 보이는 시장 특성이 차량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제네시스 GV60을 계약한 회사원 김주헌씨(38)는 "차를 받으려면 1년 가까이 걸릴 것 같다"면서 "차량 출고 지체 현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루라도 빨리 계약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빠른 출고'를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거나 '마이너스 옵션'을 통해 출고 시점을 앞당기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르노코리아(구 르노삼성)의 경우 이달 중 '르노 조에'를 구입할 시 최대 300만원 혜택을 준다. 르노 조에는 출고 대기 없이 바로 차량을 인도 받을 수 있는 모델이다. 르노코리아의 XM3와 QM6 역시 한 달 안팎이면 차량이 출고된다. 현대차 아반떼, 기아 모하비도 출고 대기가 6~7주 정도로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한다.
기아는 네비게이션 옵션을 제외할 경우 쏘렌토 같은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도 시점을 한 달 빨리 앞당길 수 있다고 소비자에게 안내하고 있다. BMW는 올해 국내에 들여오는 주력 세단 3·4·5 시리즈에서 중앙 스크린의 터치 기능을 빼고 종전 방식인 '조그 다이얼'로 바꿨다. 출고 적체를 완화하는 차원이다.
한국GM은 '우선 출고 옵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일단 차를 먼저 받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부품이 들어오면 사후에 무상 장착해주는 서비스다. 실제로 최근 국내 출시된 한국GM 쉐보레 초대형 SUV 타호는 전후방 주차 보조 및 후방 자동 제동시스템 등의 옵션을 빼고 출고하기로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17일 업계에 따르면 차값 인상을 주도하는 건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인플레이션 압박을 언급한 테슬라는 최근 한 주 사이 차량 가격을 두 차례나 인상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모든 차종의 가격을 올렸다. 가장 가격이 싼 모델3 리어 휠 드라이브는 2000달러(약 244만원), 모델3 듀얼 모터 올 휠드라이브는 2500달러(약 305만원) 인상됐다. 모델3 듀얼 모터 올 휠드라이브는 지난주에 이미 1000달러(약 122만원) 올린 바 있다. 모델3 고성능 차량인 퍼포먼스의 가격은 3000달러(약 366만원)나 인상돼 6만1990달러(약 7565만원)까지 올랐다.
중국 시장에서도 현지 생산하는 테슬라 모델Y와 모델3 가격이 최근 5%씩 인상됐다. 이에 따라 모델Y 롱레인지와 모델3는 1만8000위안(약 349만원)씩 올라 각각 37만5900위안(약 7305만원)과 36만7900위안(약 7146만원)이 됐다. 테슬라는 앞선 10일에도 중국 시장에서 두 차종의 가격을 1만위안씩 인상한 바 있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11일 주력 차종인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100만~200만원 올린 데 이어 15일에는 모델3 최하위 트림(스탠다드) 차 값을 6159만원에서 6469만원으로, 모델Y 최상위 트림(퍼포먼스)을 8799만원에서 9239만원으로 올렸다. 두 차례 합쳐 저사양모델은 310만원, 고사양모델은 540만원이나 뛰었다. 모델S나 모델X의 경우 아예 차량 가격을 정해놓지 않고 '시가'로 파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의 잇단 자동차 판매가격 인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몇 년 간 다가올 인플레이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언급한 뒤 "(테슬라와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원자재·물류 분야에서 강력한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썼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현대차 아반떼는 2020년 1570만원(이하 최하위트림 기준)이던 가격이 올해 1866만원으로 300만원 가까이 뛰었다. 현대차 싼타페 신형의 가솔린 모델 가격은 3156만원으로 이전 모델보다 각각 181만원 올랐다. 2020년 11월 기존 모델이 출시된 지 1년 만에 6.1% 상승한 것이다. 국내 출시된 쉐보레 픽업트럭 콜로라도 신형 가격도 240만원 올랐다.
통상 자동차 업계에서 연식변경 모델 신차 가격은 1~1.5% 인상이 대부분이었다. 올해의 5~7%대 인상은 부품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등 부품 부족으로 소비자가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할 만큼 공급자 우위 현상을 보이는 시장 특성이 차량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제네시스 GV60을 계약한 회사원 김주헌씨(38)는 "차를 받으려면 1년 가까이 걸릴 것 같다"면서 "차량 출고 지체 현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루라도 빨리 계약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빠른 출고'를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거나 '마이너스 옵션'을 통해 출고 시점을 앞당기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르노코리아(구 르노삼성)의 경우 이달 중 '르노 조에'를 구입할 시 최대 300만원 혜택을 준다. 르노 조에는 출고 대기 없이 바로 차량을 인도 받을 수 있는 모델이다. 르노코리아의 XM3와 QM6 역시 한 달 안팎이면 차량이 출고된다. 현대차 아반떼, 기아 모하비도 출고 대기가 6~7주 정도로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한다.
기아는 네비게이션 옵션을 제외할 경우 쏘렌토 같은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도 시점을 한 달 빨리 앞당길 수 있다고 소비자에게 안내하고 있다. BMW는 올해 국내에 들여오는 주력 세단 3·4·5 시리즈에서 중앙 스크린의 터치 기능을 빼고 종전 방식인 '조그 다이얼'로 바꿨다. 출고 적체를 완화하는 차원이다.
한국GM은 '우선 출고 옵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일단 차를 먼저 받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부품이 들어오면 사후에 무상 장착해주는 서비스다. 실제로 최근 국내 출시된 한국GM 쉐보레 초대형 SUV 타호는 전후방 주차 보조 및 후방 자동 제동시스템 등의 옵션을 빼고 출고하기로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