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요구 100% 수용한 日 대기업들…임금 인상률 2% 넘기나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도요타자동차 히타치제작소 등 일본 대기업들이 올해 임금협상(춘투)에서 노조 요구를 100%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일본 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이 2년 만에 2%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도요타 혼다 닛산자동차 등 일본 자동차 ‘빅3’와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등 전자 대기업들은 “노조의 요구사항을 원안 그대로 받아들이는 형태로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도요타는 직종별 임금 인상(인상률은 비공개)과 6.9개월치 보너스를 요구한 노조 협상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혼다와 닛산도 노조 요구를 받아들였다. 혼다는 기본급 인상분 월 3000엔(약 3만840원)과 함께 보너스 6개월치, 닛산은 정기승급(호봉) 월 8000엔 인상과 보너스 5.2개월치를 주기로 했다. 기본급 인상분과 정기승급 등을 합치면 자동차 3사의 올해 임금 인상률은 2%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회사 히타치는 올해 임금을 2.6% 인상하기로 했다. 2015년(2.9%)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자동차와 전자회사 등 주요 노조가 소속한 금속노조는 53개 소속 노조 가운데 49곳의 임금이 지난해보다 늘게 됐다고 밝혔다. 평균 인상액 역시 월 2000엔을 넘어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일본 주요 기업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임금을 크게 올리지 않았다. 2021년 일본 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1.86%로, 2013년 이후 8년 만에 2%를 밑돌았다. 이 때문에 작년 10월 집권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재계에 3%가 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해 왔다.

올해 임금이 2% 이상 오르더라도 가계소득이 개선되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제 원자재값 급등 영향으로 올봄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2%를 넘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미국 인재컨설팅 회사 콘페리는 올해 일본의 평균 임금 인상률을 2.1%로 예상했다. 97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스위스(2%) 다음으로 낮다. 미국(3.5%) 등 주요국과 일본의 임금 격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평균 급여는 35개 회원국 가운데 22위다.

도쿄=정영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