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덮은 178개 문어 빨판…에너지 아끼는 착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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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건축물 열전
하나은행 플레이스원
북카페·갤러리 품은 '컬처 뱅크'
외벽 원판은 예술가들의 캔버스
한시간마다 회전하며 채광 조절
뒷편엔 거대한 태양광 패널 설치
하나은행 플레이스원
북카페·갤러리 품은 '컬처 뱅크'
외벽 원판은 예술가들의 캔버스
한시간마다 회전하며 채광 조절
뒷편엔 거대한 태양광 패널 설치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7번 출구에서 나와 잠시 걷다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독특한 외관의 건물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건물은 흡사 문어 다리에 있는 빨판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빛을 받아 더욱 하얗게 빛나는 모습이 무채색의 잿빛 건물들 사이에서 유난히 돋보인다.
하나은행 소유 건물을 2017년 리모델링해 지은 ‘플레이스원(PLACE 1)’이다.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의 이 건물은 개성 넘치는 건축미를 자랑한다. 새로 증축한 부분들을 과감하게 공공에 내줬다는 것도 남다르다. 건축 기능적으로는 ‘탄소배출 제로(0)’를 실천한 이른바 패시브(친환경) 건축물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못생겼다’는 편견을 과감하게 깬다.
사실 이 원형 패널 세트들의 주 재료는 건축물이 아니라 주로 교량 등 토목공사에 쓰이는 초고성능콘크리트(UHPC)다. 국내에서 UHPC를 사용해 건물을 지은 건 플레이스원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스스로 생각한 아트디스크의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UHPC를 건축재료화했다. 이 건물을 위해 거푸집까지 개발해 수차례 목업(실물모형)을 만들어 테스트했다.
김 대표는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 건물이라 외관 두께는 최대한 가볍고 얇고 강해야 했다”며 “UHPC는 철근을 쓰지 않아도 일반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다섯 배 이상 강한데다 8㎝ 두께로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물은 둥근 디자인을 결합했지만 두껍지 않고 날렵하고 균형 잡혀 보인다.
건물 바깥쪽 원형 패널에는 ‘아트디스크’로 불리는 2m 지름의 원형 미술 작품 178개가 설치돼 있다. 앞 뒤로 설치된 아트디스크들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의해 한 시간에 한번씩 자동으로 회전하며 낮엔 채광을 조절하고 밤에는 바깥으로 발산하는 빛을 조절해 독특한 주경과 야경을 뽐낸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보더라도 도심 속 갤러리 같은 느낌을 들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로비에 들어서면 마치 상어 지느러미 형상을 한 조명으로 빛나는 독특한 계단을 만나게 된다. 슬로 코어의 층과 층을 연결해주는 건물의 핵심 구조다. 일반인들은 이 계단을 통해 은행 업무 시설 동선과 분리된 열린 공간을 쉽게 드나들 수 있다. 대부분 갤러리, 북카페, 클럽, 디자인 라이브러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은행 업무가 끝난 오후 4시 이후엔 죽어 있던 건물이 이 공간을 통해 24시간 내내 살아 숨쉴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내부 공용부 역시 대부분 원형 또는 둥근 곡선 모양을 하고 있다. 외관에서 보이는 원형 곡면 디자인과 통일성 있게 연결된다.
건물 뒷면부는 둥그런 빨판 모양 패널 대신 즉시 전력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거대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뒷면은 앞면 같은 패널이 없는 대신 앞면과의 일체감을 위해 패널 테두리를 곡선으로 디자인했다. 이 때문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지만 흉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 디자인한 건축물과 통일된 형상을 유지한다. 플레이스원은 2018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또 민간 업무용 건축물로는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5등급)과 녹색건축 그린1등급(최우수등급), 건축물에너지효율 1++ 등급 등을 받았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서울의 몇 안 되는 팔방미인 건축물로 꼽힌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하나은행 소유 건물을 2017년 리모델링해 지은 ‘플레이스원(PLACE 1)’이다.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의 이 건물은 개성 넘치는 건축미를 자랑한다. 새로 증축한 부분들을 과감하게 공공에 내줬다는 것도 남다르다. 건축 기능적으로는 ‘탄소배출 제로(0)’를 실천한 이른바 패시브(친환경) 건축물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못생겼다’는 편견을 과감하게 깬다.
문어 빨판을 연상케 하는 인상적 외형
플레이스원은 리모델링 전까지만 해도 구릿빛 사각형의 평범한 빌딩이었다. 리모델링 설계를 맡은 김찬중 더시스템랩 대표는 완전히 다른 설계를 구상했다. 보수적인 은행 건물을 좀 더 미술관 같은 느낌으로 바꾸기 위해 ‘원형’과 ‘곡선’이란 디자인을 선택했다. 미리 3차원으로 모듈화해 제작한 원형 패널 세트 350개를 기존 외관에 반복해 감쌌다. 이렇게 문어 빨판처럼 생긴 역동적인 곡선 외관이 탄생됐다. 원형과 곡선이 보여주는 부드러움에 자동적으로 시선이 집중된다.사실 이 원형 패널 세트들의 주 재료는 건축물이 아니라 주로 교량 등 토목공사에 쓰이는 초고성능콘크리트(UHPC)다. 국내에서 UHPC를 사용해 건물을 지은 건 플레이스원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스스로 생각한 아트디스크의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UHPC를 건축재료화했다. 이 건물을 위해 거푸집까지 개발해 수차례 목업(실물모형)을 만들어 테스트했다.
김 대표는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 건물이라 외관 두께는 최대한 가볍고 얇고 강해야 했다”며 “UHPC는 철근을 쓰지 않아도 일반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다섯 배 이상 강한데다 8㎝ 두께로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물은 둥근 디자인을 결합했지만 두껍지 않고 날렵하고 균형 잡혀 보인다.
건물 바깥쪽 원형 패널에는 ‘아트디스크’로 불리는 2m 지름의 원형 미술 작품 178개가 설치돼 있다. 앞 뒤로 설치된 아트디스크들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의해 한 시간에 한번씩 자동으로 회전하며 낮엔 채광을 조절하고 밤에는 바깥으로 발산하는 빛을 조절해 독특한 주경과 야경을 뽐낸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보더라도 도심 속 갤러리 같은 느낌을 들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24시간 살아 있는 건축물
플레이스원이 갖는 건축학적 가치는 외형에만 있지 않다. 건물은 ‘24시간 살아있는 건축물’이라는 콘셉트를 지닌다. 업무시간에만 사용되는 기존 은행 건물에 추가로 원형 패널로 입혀 그 공간 사이에 이른바 ‘슬로 코어’ 공간 콘셉트를 도입했다.로비에 들어서면 마치 상어 지느러미 형상을 한 조명으로 빛나는 독특한 계단을 만나게 된다. 슬로 코어의 층과 층을 연결해주는 건물의 핵심 구조다. 일반인들은 이 계단을 통해 은행 업무 시설 동선과 분리된 열린 공간을 쉽게 드나들 수 있다. 대부분 갤러리, 북카페, 클럽, 디자인 라이브러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은행 업무가 끝난 오후 4시 이후엔 죽어 있던 건물이 이 공간을 통해 24시간 내내 살아 숨쉴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내부 공용부 역시 대부분 원형 또는 둥근 곡선 모양을 하고 있다. 외관에서 보이는 원형 곡면 디자인과 통일성 있게 연결된다.
아름다운 패시브 건축물 지향
플레이스원은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빌딩인 동시에 패시브 건축물이다. 김 대표는 계획 초기부터 심미적 기능뿐 아니라 녹색건축 구현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뒀다. 원형 패널은 입면상 1m 이내 돌출이 허용되는 점을 활용한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지만 중요한 기능적 역할도 갖고 있다. UHPC패널을 이용해 문어 빨판처럼 건물 외관을 튀어나오게 한 건 태양광이 직접 건물 내부로 들어오지 않게 하고 적절히 차단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캡모자처럼 빛을 한번 걸러주는 건축적 차양 역할을 통해 건물 내부로 열부하가 많이 걸리지 않도록 해 에너지를 덜 쓰게 하려는 의도다. 그러면서도 움푹 들어간 안쪽 원형 패널은 자연채광의 일정 부분만을 실내로 유입시켜 실내 조명부하를 줄여준다. 창 면적 역시 리모델링 전보다 22%로 줄어 창을 통한 열손실을 최소화했다.건물 뒷면부는 둥그런 빨판 모양 패널 대신 즉시 전력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거대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뒷면은 앞면 같은 패널이 없는 대신 앞면과의 일체감을 위해 패널 테두리를 곡선으로 디자인했다. 이 때문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지만 흉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 디자인한 건축물과 통일된 형상을 유지한다. 플레이스원은 2018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또 민간 업무용 건축물로는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5등급)과 녹색건축 그린1등급(최우수등급), 건축물에너지효율 1++ 등급 등을 받았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서울의 몇 안 되는 팔방미인 건축물로 꼽힌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