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돔 아래 펼쳐진 동화마을…우도에 찾아온 알록달록 봄
오스트리아 빈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말 그대로 문화예술의 나라죠. 모차르트를 비롯해 슈베르트, 베토벤까지 모두 오스트리아 출신입니다.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도 오스트리아 사람이고요. 미술은 또 어떤가요? 세계적인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 같은 걸출한 천재들이 활약했던 곳입니다. 그중에서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훈데르트바서를 떠올리는 건 제주도 우도에 그를 기념하는 테마파크가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 직선이 아니라 나선형에 마치 어린아이의 작품 같은 천진성까지 갖춘 훈데르트바서 파크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도봉 아래 톨칸이 해변 끝에 있는 훈데르트바서 파크를 찾아 그의 예술혼을 봄내음처럼 느껴보면 어떨까요?

훈데르트바서 철학 고스란히 스민 공원

양파돔 아래 펼쳐진 동화마을…우도에 찾아온 알록달록 봄
배를 타고 우도 천진항에 내려 5분쯤 걸어가니 양파 모양의 돔을 이고 있는 건축물이 보인다. 최근 우도에 조성된 훈데르트바서 파크다. 입구에서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따라가면 광장이다. 훈데르트바서 뮤지엄, 우도 갤러리, 굿즈(goods) 숍이 광장을 에둘렀다. 양파 돔을 이고 있는 건축물마다 화려한 색깔을 자랑한다. 2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훈데르트바서의 철학이 이 세 건축물에 담겼다. 오스트리아 훈데르트바서재단이 이를 인증했다.

훈데르트바서 파크는 그의 철학과 작품 세계가 그대로 녹아든 자연주의 예술공원(natural artistic park)이다. 훈데르트바서재단과 그의 디자인을 실제 건축물로 탄생시킨 건축가 하인츠 스프링만이 건축 작업에 직접 참여해 훈데르트바서의 생전 건축 작품들의 콘셉트와 디테일을 파크 안에 구현해냈다. 훈데르트바서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명성을 얻은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최고의 화가이자 건축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실천적으로 노력했던 환경운동가였다.

가우디에 비견되는 독창적 스타일의 건축가

양파돔 아래 펼쳐진 동화마을…우도에 찾아온 알록달록 봄
건축가 훈데르트바서는 스페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에 비견된다. 그만큼 스타일이 독창적이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공공주택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와 쿤스트하우스 빈 미술관, 바트블루마우에 있는 로그너 바트블루마우 리조트 등이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훈데르트바서는 “진정한 건축물이란 사람들이 그 공간 속에 이사 온 순간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입주자와 건축물 사이에 밀접한 상호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건물을 지을 때 베어지는 수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자생하던 수목들을 건물 옥상에 옮겨 심은 것도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주장했던 그의 정신에서 기인한 것이다. 콘도미니엄에 있는 나무도 베어내지 않고 나무가 입주한 상태로 건축물을 올렸다. 그 덕분에 나무는 건물 1, 2층을 뚫고 살아났다. 방을 거쳐 창문 밖으로 사람을 내다본다. ‘나무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훈데르트바서 파크의 건축물은 어느 것 하나 동일한 형태가 없다. 건축적 기교에서 다양성을 우선한 훈데르트바서는 건축물을 구성하는 각 요소에 개성과 독창성을 부여함으로써 건축물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파크 안에 있는 78개의 기둥과 131개의 유리창 또한 각각 다른 형태로 화려하고 대담한 색감을 자랑한다.

직선을 거부하고 건축의 독창성을 부여한 것도 훈데르트바서의 건축 철학과 맞닿아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기능주의와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현대 건축물이 사람을 병들게 한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메마른 건축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건축치료사’라는 별명을 얻은 그의 정신이 파크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파크의 바닥도 그냥 평평하지만은 않다. 언덕과 곡선을 좋아한 그의 방식대로 구불구불 높낮이가 있게 조성했다.

훈데르트바서의 판화와 기록물, 건축모형도 전시

파크는 크게 훈데르트바서의 일생과 작품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상설기념관 ‘훈데르트바서뮤지엄’, 대지의 자연스러운 경사면을 따라 우도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낮게 들어선 지중해풍 저층형 콘도미니엄 ‘훈데르트힐즈’, 시시각각 변하는 우도의 바다를 두 눈에 담을 수 있는 카페 ‘훈데르트윈즈’로 구성된다.

훈데르트바서뮤지엄은 ‘드림 투게더’를 테마로 회화관, 판화관, 생애관, 환경건축관, 파크관으로 구성했다. 판화관에는 오리지널 판화 작품 23점이 전시되고, 생애관에서는 그의 삶을 조명할 수 있는 각종 기록을 만나볼 수 있다. 그가 판화에도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치유의 예술을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건축관에는 담스타르트, 스피텔라우, 성바르바라 모형을 전시해 해외에 있는 그의 유명 건축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훈데르트바서파크에는 재단의 인증을 받은 건축물 말고도 48개의 객실을 갖춘 콘도미니엄 훈데르트힐즈와 1320㎡ 규모의 카페 훈데르트윈즈, 해변 카페 톨칸이 등이 있다. 카페에서 보는 톨칸이 해변과 우도봉의 해안 절벽이 매력적이다. 톨칸이는 ‘촐까니’로도 불린다. ‘촐’은 건초, ‘까니’는 여물통의 제주어다. 그래서 톨칸이는 소의 여물통이다. 해변이 그렇게 생겼다. 톨칸이 해변에 앉아 우도봉을 바라볼 때쯤 바람이 스쳐 갔다. 남도의 끝에서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제주=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