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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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결혼한 직장인 윤모씨(33)는 다음달 중순엔 오미크론 확산이 진정될 것으로 보고 베트남으로 신혼여행을 가려다 고민에 빠졌다. 호찌민으로 가는 왕복 항공권 가격이 국적기 기준으로 70만원에 달해서다. 동남아시아 항공사나 저비용항공사(LCC) 항공편은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20만~30만원에 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두 배 넘게 올라 놀랐다”며 “날짜를 미뤄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인천~LA 항공권, 200만원 넘어

정부가 오는 21일부터 해외 입국자에 대해 ‘7일 격리’를 면제한다고 하자 해외 항공권 가격이 치솟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억눌려 왔던 여행 수요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줄어든 운항편은 늘지 않아서다. 유가 급등에 따른 유류할증료 상승도 항공권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망설이는새 15만원 '쑥'…항공권이 기가 막혀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4일 인천에서 태국 방콕으로 떠나 17일 돌아오는 대한항공 항공권은 7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주요 관광지인 괌으로 가는 왕복 항공권은 79만원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왕복 운항편은 17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휴가 성수기인 8월 초 1주일 여정으로 가는 인천~LA 아시아나항공 왕복 항공권은 가장 저렴한 게 212만원이다. 모두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비싼 수준이다.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해외 항공권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873% 증가했다. 전달 동기와 비교하면 281% 늘었다.

예약 중 여행지별 비중은 △미주 39.1% △유럽 31.5% △동남아 18.9% 순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11일부터 15일까지 온 해외여행 문의 전화가 1주일 전보다 330% 늘었다”며 “항공권 가격을 묻는 문의에서부터 ‘해외여행이 가능하냐’는 질문까지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 15만원 올라”

여행업계에선 항공권 가격이 당분간 계속 더 오를 것으로 본다. 회원 수가 200만 명인 해외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1일 이후에도 항공권 가격이 올랐다”는 게시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직장인 최모씨(37)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가려고 항공권을 알아봤는데 하루 고민한 사이에 115만원에서 130만원으로 뛰었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씨(32)도 “뒤늦게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항공권이 하루 만에 10만원 더 올랐다”며 “항공권만 130만원이라 늘어날 여행 경비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유류할증료 상승도 항공 운임을 올리는 요인이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변동에 따라 운임에 추가 부과하는 요금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대한항공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이달보다 4단계 높은 14단계로 결정됐다. 2016년 7월 거리 비례구간제가 적용된 뒤로 가장 높은 단계다.

이에 따라 국제선 이용료에 최소 2만8600원부터 최대 21만1900원이 부과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 여객 운항을 재개하려면 국토교통부 허가가 필요해 늘어난 여행 수요에 맞춰 즉각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당분간 항공권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행업계는 항공권에 이어 해외 주요 여행지의 호텔 가격도 지금보다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대표적 여행지인 베트남 다낭은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은 호텔이 많고, 남은 호텔은 아직 기존 가격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입국 격리 등이 해제돼 앞으로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 호텔 가격 역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길성/이광식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