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문화 유산과 조화 이룬 박물관 만들려면
유네스코는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각국의 유산을 세계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으로 등재한다. 유산 근처에는 이를 기념하는 박물관, 기념관이 들어선다. 새로 짓는 건축물이 원래의 유산 경관이나 지형을 훼손하면 안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은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현대 건축물이 어떻게 조화를 찾아야 하는지를 고찰한다. 프랑스 아를에 있는 로마네스크 유적,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럽 대표 문화재 8곳과 인근에 지어진 뮤지엄 11곳을 소개한다.

기본적으로 뮤지엄은 유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1985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이후 관람객들의 체온과 입김 등이 벽화를 훼손했다. 상태가 심각해지자 2001년 동굴 입구에서 150여m 떨어진 곳에 국립 알타미라뮤지엄을 짓고 동굴 출입을 통제했다.

도심 속 세계유산의 경관을 고려한 건축물도 있다. 독일 쾰른 대성당 근처에 지어진 루트비히 미술관이 대표적이다. 20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이 있지만 대성당을 최대한 가리지 않으려고 건물 높이의 절반을 지하에 묻었다. 하늘로 높게 뻗은 대성당의 위용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서다.

반면 국내에는 유산의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박물관도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경주 금관총 인근에 짓고 있는 전시관의 경우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필요 이상 높게 지어 왕릉의 경관을 해치며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