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공직을 떠남
젊은 나이에 공직을 떠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젊은 공직자 10명 중 6명은 기회가 된다면 이직하겠다고 한다. 어렵게 시작한 공직일 텐데 떠남을 보니 우선 안타깝다. 떠남은 언제나 슬픈 일이다. 힘들게 공직에 들어왔는데 무엇이 이들을 흔들리게 할까. 무엇보다 공직에서 일하는 것보다 민간에서 실력을 발휘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간에서 열심히 일하면 더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공직에서의 일에 대한 평가와 보상 시스템이 아직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필자도 20여 년 전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공직을 떠났다. 역시 같은 이유였다. 예나 지금이나 공직의 장점은 많이 있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검증해보고 싶었다. 성과가 있으면 당연히 거기에 따른 보상도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바깥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지금 공직을 떠나는 사람들도 아마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공직은 국가의 중요한 한 축이다. 정치가 큰 방향을 결정한다면 공직은 구체적인 실행에 방점이 있다. 정치가 가리키는 방향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작동 가능한지 그리고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점검한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연구하고 집행을 담당한다. 따라서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직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세상은 지금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과거보다 국회의 권한도 많이 강해졌다. 새로운 일, 새로운 기회도 많이 생겨났다. 세상이 변한 만큼 공직에 대한 생각도 달라져야 하고, 공직자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보상 시스템도 달라져야 한다. 권한도 제대로 주어져야 하고 책임도 제대로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떠남은 또 설렘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설렘이다. 설렘에는 기대와 불안이 공존한다. 무릇 큰일을 앞두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스스로 세 가지를 물어보라고 했다. 능(能), 지(志), 시(時)인가?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能)? 그 일을 해낼 만큼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志)? 그리고 지금이 그때인가(時)? 너무 앞서가면 알아주는 이 없어 고단하기만 하고, 너무 뒤처지면 이득이 없다. 공직을 떠나기 전 스스로 물어볼 일이다.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박함이야말로 성공의 비결이다.

공직의 소중한 경험은 국민의 세금으로 얻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떠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떠남으로 인해 나라와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인지도 같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안에서는 보지 못하던 것을 밖에서는 볼 수 있다.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이미 공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면 그 떠남을 통해 공직과 민간이 같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래서 그 떠남이 더욱 가치 있는 것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