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시 3년 만에…北, 해금강호텔 빠르게 철거
북한이 금강산의 한국 측 자산인 해금강호텔(사진)을 상당 부분 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철거를 지시한 지 3년여 만에 본격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7일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가 제공한 지난 15일자 금강산 지역 위성 사진 분석 결과 해금강호텔의 옥상이 뜯겨 건물 내부가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에서 해금강호텔은 옥상 부분 전체에 구멍이 뚫린 듯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상을 띠었고, 옥상을 비롯해 기존 건물을 식별할 수 있게 해 줬던 흰색은 건물 뒷부분과 남쪽 외벽에만 일부 남아 있었다. 호텔 전면 육지 부분에는 해체 공사에 쓰이는 중장비나 건자재로 추정되는 검은 물체들이 포착됐다. 이는 지난 6일 본격적으로 해체 공사가 시작된 정황이 포착된 지 약 열흘 만이다.

해금강호텔은 2000년 건설돼 현대아산이 소유·운영해온 한국 측 자산이다. 2008년 금강산에서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되며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된 뒤 문을 닫았는데, 북한이 2년 뒤인 2010년 금강산관광지구 내 민간 시설을 무단으로 동결하겠다고 발표한 뒤 방치돼왔다. 김정은은 2019년 10월 금강산을 시찰하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라”며 철거를 지시했다. 2020년 1월 한국 정부에 코로나19로 인해 철거를 연기한다고 통보했는데, 돌연 아무런 상의나 통보도 없이 무단으로 철거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한편 북한은 전날 오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가 실패한 사실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통상 미사일 도발 후 다음날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하는 것과 상반된다. 북한의 발사 실패 이후에도 한·미 정보당국은 서해를 중심으로 정찰 및 감시를 지속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은 정주년 행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4월엔 김일성 생일(15일) 110주년과 인민군 창건일(25일) 90주년이 있다”며 “4월에 심상치 않은 정세가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