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김민하·이민호·진하 등 출연
韓 이민자 가족 이야기 4대에 걸쳐 풀어낸 '대서사시'
18일 오전 9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현지 생중계를 통해 '파친코-Pachinko'의 온라인 프레스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윤여정, 김민하, 이민호, 진하와 코고나다 감독, 각본을 맡은 수 휴 프로듀서, 마이클 엘렌버그, 테레사 강 로우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파친코-Pachinko'는 이민진 작가의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4대에 걸친 연대기로 풀어낸다.
거대한 스케일의 서사를 따뜻하게 담아낸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해 잊을 수 없는 대서사시를 그린다.
‘파친코’의 가장 큰 매력은 과거와 미래의 공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총 8편으로 이루어진 이 웅장한 연대기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약 70년에 걸쳐 펼쳐지는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담아낸다.
코고나다 감독은 "한국 역사를 다루고 있으나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민자, 생존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현재진행형 스토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 휴 프로듀서는 "이 작품을 만들면서 역사책처럼 딱딱한 이야기를 전하지는 말자, 전하고자 하는 것은 감정이라는 말을 했다. 시청자들이 감성을 느낄 수 있다면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이클 엘렌버그 총괄 프로듀서는 "현대와 동떨어진 시대극이 아니라 현대처럼 생생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짚어볼 수 있는 작업을 했고, 역사를 철저히 고증하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파친코’ 속 세상은 선자의 시선으로 묘사된다. 7살의 어린 선자는 전유나가 젊은 시절의 선자는 김민하, 노년의 선자에는 윤여정이 이름을 올렸다.
테레사 강 로우 총괄 프로듀서는 "여성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이자 서사이다.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모든 가정마다 저마다의 선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울림을 줬으면 좋겠다. 굉장히 슬프기에 휴지는 꼭 준비해 달라"고 귀띔했다.
영화 '미나리' 순자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한 윤여정은 "이번 작품은 보면서 '미나리'와 다른 점을 찾아봐 달라. '미나리'와는 다른 역할이다. 내가 이 역할을 받으면 리서치를 많이 하는 타입이 있고, 저는 그 순간에만 집중한다. 물론 소설도 다 읽었다. 선자, 순자 이렇게 이름도 비슷한데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코고나다 감독은 "모든 장면에서 감탄했다. 얼굴을 보면 한국의 역사 방대한 지도라는 생각을 했고 섬세한 연기를 펼쳐줘서 감탄했다. 카메라 앞에 있으면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연기력에 매료돼 미스테리한 표정이 있어서 더 많은 장면을 담고 싶었다"고 칭찬했다.
윤여정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렇다"라며 재치 있게 답했다.
이민호는 극 중 젊은 선자의 인생에 발을 들여 궤적을 바꾸는 미스터리한 한수 역을 연기했다. 그는 "작품으로 인사하는 것은 살아가며 가장 설레는 일 중 하나다. 이렇게 LA에서 인사드리니 더 특별한 하루가 될 것 같다. 한 사람에게 옷의 의미는 자신을 표현하게 하는 무기 같은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한수의 스타일링을 했다"고 말했다.
김민하는 KBS 2TV '학교 2017', MBC '검법남녀', 넷플릭스 영화 '콜'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려온 배우다. '파친코'라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주인공에 낙점돼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3~4개월 동안 영혼을 짜내서 오디션을 봤다. 이런 오디션은 처음이라 많이 배웠다. 촬영하면서 감독님 두 분 다 '그 자리에 존재하라'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해주셨다. 연기뿐만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됐다.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값진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여정은 선자 역을 함께 연기한 김민하에 대한 질문에 "저는 늙은 선자고 여기는 젊은 선자라 세트에서 보지 못했다"며 "그저께 처음 만났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선자가 일본에서 낳은 아들 솔로몬 역을 맡은 진하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3개 국어 대사에 대해 "어려웠으나 보람있는 부분"이라며 "복잡한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었다. 일본어 훈련을 오래 해야 했으나 자이니치를 그려내기 위해 꼭 해야 했다"고 답했다.
공개에 앞서 외신들의 호평에 대해 윤여정은 "저는 늙은 배우라 그런 것에 왔다갔다하지 않는다"면서 "자이니치의 삶을 잘 표현해야 되는데 고민을 많이 했고 민하가 신인이라 걱정했는데 너무 잘 했다"고 칭찬했다.
이민호는 "평가가 좋다는 건 흥행 여부를 떠나 자랑스럽고 뿌듯하며 자부심을 느낀다"며 "제작진의 신뢰가, '믿는다'는 말이 힘을 내게 해주는 현장이었다"고 거들었다.
이어 윤여정은 "한국에서 애플TV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지만 모두 구독하셔서 저희 작품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어머니와 딸, 연인, 아버지, 할머니, 갱스터 그리고 스트라이프 정장 차림의 사채업자들이 등장하는 ‘파친코’는 서로 다른 세 시대를 살아가는 ‘선자’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1915년 영도의 허름한 하숙집에서부터 1989년 북적이는 인파와 화려함으로 가득한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파친코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적 배경이며, 많은 사람이 번쩍이는 기계 앞에서 현금으로 환전이 가능한 구슬을 따기 위해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장소로 그려진다.
강렬한 색상과 소음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파친코 시장은 현재 그 가치가 연 2000억 달러를 넘어서는데, 이는 라스베가스, 마카오 그리고 싱가포르의 카지노를 모두 합친 규모보다 크다. ‘파친코’에서도 묘사되듯 이 공간은 단순히 돈을 잃고 따는 곳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어, 일본어, 영어 3개 언어로 제작된 이번 시리즈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부터 내로라하는 글로벌 스타 그리고 짜릿함을 자아내는 풋풋한 신예까지 다채로운 배우들의 열연이 펼쳐진다.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 애틋한 이야기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전쟁과 희생, 억압, 회복, 심판 그리고 모든 것을 초월하고 인내하는 인간의 강인함까지 다루고 있다. '파친코'는 오는 25일 애플TV+에서 전 세계 최초 공개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