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주가 약세장에서도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시멘트 공급 부족이 현실화하며 판매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되면서다. 새 정부가 부동산 공급에 적극적인 것도 주가를 받치는 요인이다.

우크라發 공급대란에 판가 올리나

18일 고려시멘트는 2.8% 오른 4410원에 장을 마쳤다. 이달 들어 24.75% 올랐다. 다른 시멘트주 역시 주가가 뛰고 있다. 이달 들어 쌍용C&E는 7.78%, 한일시멘트는 7.4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세아시멘트도 3.72% 올랐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0.29% 오르는 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상승폭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발 원자재 공급대란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의 연료가 되는데, 한국 시멘트사는 러시아산 유연탄 의존도가 높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산 유연탄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t당 125달러였던 유연탄 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256달러로 치솟았다.

통상 원재료값이 상승하면 기업엔 부정적이다. 그만큼 영업이익률을 깎아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현재 시멘트업계가 보유 중인 유연탄 재고는 극히 소량에 불과하다. 추후 시멘트 공급대란이 일어나 시멘트업체들이 판가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7월 시멘트 가격을 5.1% 인상했다. 2014년 이후 7년 만의 가격 인상이었다. 지난 1월에도 가격을 18% 추가 인상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연탄 공급 차질에 따라 상반기 시멘트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며 “시멘트 공급 부족에 따라 판가 전이가 비교적 용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 공급 확대 기조도 긍정적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기조도 유연탄 가격 급등으로부터 실적을 방어할 수 있는 요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54만5412가구로 전년 대비 19.2% 증가했다. 6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임기 5년 동안 전국적으로 25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주택 공급 확대로 시멘트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공급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시멘트 수요는 전년 대비 7.9% 늘어난 5320만t으로 예상된다”며 “주택 공급 확대로 시멘트 내수가 크게 증가하며 유연탄 가격 급등을 상쇄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기대감이 현실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과 실적 측면에서 급격한 유연탄 가격 상승은 지속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양한 원가 상승 요인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시멘트 가격 인상은 가능할 전망이나 판가 인상이 얼마나 반영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