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로 이어진 한 가족의 80년 슬픈 이민史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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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로 돌아온 윤여정
일제 강점기 이후 가족 일대기
선자役 맡아 고난 극복 다뤄
굴곡진 삶 담긴 얼굴 표정 주목
日서 살다 노년에 한국 방문
바다에 발 담그는 장면 인상적
일제 강점기 이후 가족 일대기
선자役 맡아 고난 극복 다뤄
굴곡진 삶 담긴 얼굴 표정 주목
日서 살다 노년에 한국 방문
바다에 발 담그는 장면 인상적
‘오스카의 여왕’ 윤여정(75)이 애플TV플러스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로 돌아왔다. 영화 ‘미나리’로 지난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연기상(여우조연상)을 차지한 윤여정이 또다시 세계적인 흥행몰이를 할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파친코’의 글로벌 프리미어 시사회 등에 참석하고 있는 윤여정을 1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노배우 윤여정입니다”라는 반가운 인사로 말문을 연 그는 신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장대한 80년의 역사를 한 가족을 통해 바라보는 작품입니다. 각색을 거쳐 원작 소설과 많이 달라졌는데, 저는 만족했어요.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1인치 장벽을 넘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시청자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죠.”
윤여정은 노년 시절의 선자 역을 맡았다. 가장 눈여겨볼 점은 윤여정의 ‘얼굴’이다. 선자의 지난한 삶과 이를 관통하는 한국 이민자들의 서글픈 역사가 그의 얼굴에 모두 담겨 있다. 작품을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 앞서 열린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윤여정 배우와 함께한 모든 장면에서 진심으로 감탄했다”며 “그의 얼굴은 모든 역사가 담긴 지도 같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감정 전달에 최대한 집중했다고 했다. “예전에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할 때 사투리에 너무 집중하다가 연기를 망쳤어요. 이번에도 경상도 사투리를 써야 해서 사투리 코치가 있었지만, 저를 내버려두라고 했어요. 연기에만 집중하고 사투리는 뉘앙스만 살려야겠다 싶었죠.”
“제가 미국에 살 때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제 아들 세대는 다른 것 같아요. 마치 국제 고아 같죠. 한국에 와도 한국말을 못하니 이상하고, 미국에서도 미국인은 아닌 거잖아요.”
이번 영화에 참여한 것도 그들에 대한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제 아들들과 다 같은 상황이니까 이런 프로젝트는 제가 그냥 같이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미나리’를 할 때도 아이작(정이삭 감독)을 도와줘야겠다 싶어서 참여했죠. 이번에도 파친코가 국제적인 프로젝트라 한 건 아니에요.”
극중 인상 깊은 장면으로는 일본에 살던 선자가 한국을 방문해 부산 바다에 발을 담그는 순간을 꼽았다. “원작엔 없는 장면이에요. 대본을 받았을 때 이 장면이 있어 잘됐다고 생각했죠. 선자가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하며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습니다.”
지난해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 달라진 점을 묻자 윤여정은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며 특유의 유쾌함과 솔직함으로 답했다. “하나 감사한 것은, 제가 30~40대에 아카데미상을 탔다면 둥둥 떠다녔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저도 늙는 게 싫은 사람인데, 이 나이에 감사해보긴 처음이었죠. 하지만 상을 받는 순간은 기쁜데 상이 절 변화시키지는 않아요. 저는 그냥 저로 살다가 죽을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장대한 80년의 역사를 한 가족을 통해 바라보는 작품입니다. 각색을 거쳐 원작 소설과 많이 달라졌는데, 저는 만족했어요.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1인치 장벽을 넘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시청자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죠.”
○‘서글픈 역사’가 담긴 윤여정의 얼굴
오는 25일 공개되는 8부작 드라마 파친코는 ‘닥터 브레인’에 이은 애플TV플러스의 두 번째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다.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등이 출연한다. 재미동포 이민진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1900년대 초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해 ‘선자’라는 여성의 일대기를 다룬다. 가족, 사랑, 고난과 극복 등 전 세계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담았다. 한국, 일본, 미국에 오가며 촬영했고 자막도 3개 언어로 제공한다.윤여정은 노년 시절의 선자 역을 맡았다. 가장 눈여겨볼 점은 윤여정의 ‘얼굴’이다. 선자의 지난한 삶과 이를 관통하는 한국 이민자들의 서글픈 역사가 그의 얼굴에 모두 담겨 있다. 작품을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 앞서 열린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윤여정 배우와 함께한 모든 장면에서 진심으로 감탄했다”며 “그의 얼굴은 모든 역사가 담긴 지도 같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감정 전달에 최대한 집중했다고 했다. “예전에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할 때 사투리에 너무 집중하다가 연기를 망쳤어요. 이번에도 경상도 사투리를 써야 해서 사투리 코치가 있었지만, 저를 내버려두라고 했어요. 연기에만 집중하고 사투리는 뉘앙스만 살려야겠다 싶었죠.”
○“그냥 나로 살다 죽겠다”
극중 선자는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도 일본에 머무는 ‘자이니치(일본에 사는 조선인)’로 살아간다. 그의 손자 솔로몬(진하 분)은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자랐고 현재는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인물로, 인종차별을 겪는다. 윤여정은 선자와 솔로몬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재일동포와 재미동포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제가 미국에 살 때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제 아들 세대는 다른 것 같아요. 마치 국제 고아 같죠. 한국에 와도 한국말을 못하니 이상하고, 미국에서도 미국인은 아닌 거잖아요.”
이번 영화에 참여한 것도 그들에 대한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제 아들들과 다 같은 상황이니까 이런 프로젝트는 제가 그냥 같이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미나리’를 할 때도 아이작(정이삭 감독)을 도와줘야겠다 싶어서 참여했죠. 이번에도 파친코가 국제적인 프로젝트라 한 건 아니에요.”
극중 인상 깊은 장면으로는 일본에 살던 선자가 한국을 방문해 부산 바다에 발을 담그는 순간을 꼽았다. “원작엔 없는 장면이에요. 대본을 받았을 때 이 장면이 있어 잘됐다고 생각했죠. 선자가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하며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습니다.”
지난해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 달라진 점을 묻자 윤여정은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며 특유의 유쾌함과 솔직함으로 답했다. “하나 감사한 것은, 제가 30~40대에 아카데미상을 탔다면 둥둥 떠다녔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저도 늙는 게 싫은 사람인데, 이 나이에 감사해보긴 처음이었죠. 하지만 상을 받는 순간은 기쁜데 상이 절 변화시키지는 않아요. 저는 그냥 저로 살다가 죽을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