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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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공공분야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있습니다. 대체 인력을 투입해도 일손이 모자라 일부 업무는 사실상 포기 상태입니다.”

서울시 공무원 A씨는 18일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확산함에 따라 공공분야 주요 업무가 삐걱거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에 확진돼 업무에서 배제된 공무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정상 업무가 힘들다는 토로다.

경찰·소방·보건의료·군 등 다른 ‘사회필수인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부와 의료계에선 “지금과 같은 상태가 더 이어지면 사회필수 기능이 마비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회필수인력 확진 급증

정부가 사회필수인력으로 분류하고 있는 인력 가운데 경찰(해양경찰 포함)·소방·군을 합치면 약 75만 명에 이른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전국 경찰 인력 14만여 명 중 4.6%에 해당하는 6427명이 코로나19에 걸려 업무에서 배제됐다. 지난달 16일엔 인천 부평2파출소 경찰 35명 중 19명이 집단 확진돼 파출소가 아예 문을 닫은 사례도 있다.

서울 한 경찰서의 A 경위는 “인원 부족으로 업무가 밀려 사건이 신속히 처리되지 않는다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 업무를 담당하는 일선서 형사팀을 24시간 4교대 근무에서 3교대 근무로 축소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해양경찰도 비상 상황에 준하는 업무체계 구축에 들어갔다. 전국 해경 인력 1만4000여 명 중 400~700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재택치료를 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매일 50~100여 명이 확진돼 전체 인력의 3~5%는 근무를 제대로 못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군도 비상이다. 이날 군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741명으로 현재 관리 중인 확진자만 1만4063명에 달한다. 확진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부대는 총 17곳이다.

이에 따라 훈련·임무 수행 등 군 활동에도 지장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공군 기본훈련군사훈련단에서 훈련을 받던 공군 834기 훈련병 2000여 명 가운데 622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훈련을 수료하지 못하고 자대에 배치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공군이 감염병으로 신병 훈련을 생략한 것은 1949년 창군 이후 처음이다.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에서도 의료진 중 오미크론 확진자가 잇따라 나와 응급실을 폐쇄하거나 수술 일정을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 ‘비상계획’ 무력화

오미크론 확산 초기부터 의료계 등을 중심으로 사회필수업무 붕괴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정부가 이런 상황에 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달 18일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공공기관 등 총 1122개 기관이 ‘업무지속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업무지속계획은 코로나19 확산 시에도 반드시 유지해야 할 핵심 기능·업무 등을 선정해 멈추지 않도록 수립한 계획이다. 하지만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이 계획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5% 의료진이 격리 중”이라며 “병상 축소, 수술 연기, 격리 기간 단축 등 고육책으로 대응하고는 있지만 버티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지은/최예린/송영찬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