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이르면 상반기 내 자체 중고차 플랫폼을 통해 인증 중고차 판매에 나선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차량 판매를 통한 이익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을 준비해온 현대차는 중장기적으로 운행 데이터 확보, 전기차 폐배터리 수거 및 활용 등과 관련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현대차의 중고차에 대한 시장 신뢰 제고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우선 중고차 사업을 통해 풍부한 데이터를 축적하게 될 전망이다. 기존엔 차량 판매 뒤 해당 차량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중고차를 매입해 판매하면 운행·정비 관리 이력 등과 관련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부품 교체 시기를 예측해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정비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소비자의 운행 이력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금융, 보험, 렌털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수거해 재활용 및 재사용하는 데도 유리하다. 전기차 판매가 확대되면 8~10년가량 쓴 폐배터리를 수거해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자재를 회수할 수 있다. 원자재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은 ‘도시 광산’으로 불릴 만큼 중요한 원자재 수급 창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중고차 품질을 직접 관리해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고차로 현대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품질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수리해 ‘신차급 중고차’를 내놓으면 시장 신뢰와 고객의 충성도도 높아질 수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