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인수위원장' 이종찬, 安에 "선거공약 필터링 않으면 기존질서와 마찰"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인수위 출범 첫날인 18일 제15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었던 이종찬 전 국정원장을 만나 인수위 운영 전반에 관해 조언을 구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후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장실에서 이 전 원장과 차담을 가졌다.

역대 인수위에서 역할을 했던 정계 원로들로부터 조언을 경청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인수위 측은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전날에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만났다.

이날 만남에서는 이 전 원장이 먼저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많았을 텐데 앞으로 인수위원회가 제대로 가동이 돼서 새 정부의 정책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며 덕담을 건넸다.

이 전 원장은 특히 "문재인 정부가 이제 실수가 많았다"며 현 정부의 최저임금, 탈원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약 사항을 바로, 인수위라는 단계를 거쳐서 필터링을 하지 않고 바로 (정책으로) 시행이 되니까 기존 질서와 굉장한 마찰이 생긴다"며 당선인의 선거 공약을 차기 정부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 인수위의 역할을 재차 당부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청와대 이전 등 당선인의 일부 후보시절 공약과 관련해 혼선이 지속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뼈 있는' 조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안 위원장은 "인수위원회가 성공해야지 이 정부의 성공이 담보되는 거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이 전 원장은 또 의사·기업가 출신인 안 위원장의 다양한 경력을 평가하면서 "정치인들이 그냥 국회에서 하듯이 하면 현실을 모르는 수가 있는데, 그래서 아주 적재적소의 위원장을 모시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안 위원장은 "(공약은) 실현 가능해야 하고 지속 가능해야 하고 그런 것 같다"며 호응했다.

이 전 원장은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고, 필요한 것은 차분하게 해야될 텐데, (인수위 활동이) 정치의 연속이 돼서 '쇼오프'(show-off·과시) 하는 수가 있다"며 운영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선거 단계가 아닌데 괜히 (무리한 공약을 그대로 정책으로) 던졌다가 나중에 그걸 수습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며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 때 그런 일이 많이 나왔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안 위원장은 "예전 정부들은 다 5년 단임이다 보니까 너무 단기간 성과에 급급했던 것 아닌가 싶다"며 "교육개혁, 연금개혁, 환경에 대한 탄소중립 문제 등도 이번 정부에서는 시작을 하면 그 과실은 그다음 정부가 가져가는 한이 있더라도 먼저 시작한 정부라는 의미가 있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이 전 원장은 이어 "인수위원회 단계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을 하는데,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한번 참여를 해서 생각을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지만, 안 위원장은 즉답을 피했다.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 전 원장은 4선 의원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윤 당선인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법대 동기로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로스쿨 교수의 부친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