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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가 20만원이요? 비싸죠. 그래도 살 수 있는 가격이잖아요. 샤넬 가방은 1000만원이 넘어가는데 거기 비하면 이건 저렴한 편이죠. 다른 화장품과 달리 오래 쓸 수도 있고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딥티크 플래그십 매장의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딥티크 플래그십 매장의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딥티크 플래그십 매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10만~20만원대 향수를 두세 개씩 집어가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제품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사용기간 등을 고려하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회사원 이모씨는 "향수 두 병 샀다. 40만원 조금 넘게 결제했다"며 "저렴한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명품에 비하면 오히려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샤넬 가방은 사고 싶어도 계속 가격이 올라 1000만원이 넘어가는데 향수는 몇십만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SI빌리지 홈페이지 캡처]
[사진=SI빌리지 홈페이지 캡처]
30대 방문객 A씨 역시 "부담 없는 가격은 아니라서 직접 향을 맡아보고 구매해야 할 것 같아 매장에 왔다"면서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 플래그십 매장이 생길 정도면 인기가 많긴 한가 보다"고 했다.

프리미엄 향수 시장은 최근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처음 5000억원을 돌파한 국내 프리미엄 향수 시장은 내년에는 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SI)에 따르면 딥티크, 바이레도, 엑스니힐로, 디에스앤더 등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의 지난해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107.8%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에 비하면 무려 1023% 급증했다.

국내 업체들도 속속 프리미엄 향수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건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2012년 비디비치 인수를 시작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4년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2015년 산타마리아노벨라, 2017년 딥티크의 국내 판권을 가져왔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위치한 딥티크 플래그십 매장 내부 및 외부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위치한 딥티크 플래그십 매장 내부 및 외부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오는 23일에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딥티크 플래그십 매장도 정식 오픈한다. 이 매장은 국내 최초·세계 최대 규모의 딥티크 플래그십 매장이다. 현재는 가오픈 기간으로 1·2층 전체면적 260㎡(약 78평)로 꾸며졌다. 특히 2층은 프랑스 가정집 형태로 연출돼 부엌·세탁실·거실·욕실 등의 공간에 맞게 딥티크 향수·향초·식기 등을 진열해놨다.

'오에라'로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현대백화점그룹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상반기 중 프리미엄 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 바'를 오픈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내부에 오프라인 편집매장을 선보인 뒤, 추후 자사 온라인몰에서도 프리미엄 향수를 판매할 예정이다. 리퀴드 퍼퓸 바에서는 어비어스, 프라팡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프리미엄 향수도 취급할 것으로 알려져 국내 프리미엄 향수 시장이 더욱 다양화될 것으로 보인다.

LF는 지난해 말 프랑스의 프리미엄 향수 전문 편집숍 '조보이' 국내 유통 판권을 확보했다. 올 상반기 중 LF몰에서 론칭할 예정이다. 주요 백화점 중심의 고급 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유통경로를 추가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 장기화로 색조 화장품 사용에 제한이 생긴 탓에 향수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가 국내에 론칭하며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