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완화 딜레마…'엔저=주가 상승' 통설도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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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정세 악화 속 수입물가 상승 압박…경기 고려해 완화 계속
취임 9년 구로다 일은총재 출구전략 부재…'차기 총재 금융완화 축소' 관측 20일로 취임 9년을 맞이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대규모 금융완화가 딜레마에 빠졌다.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풀고 있으나, 엔화 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엔저) 일본 주식 가격이 오른다는 통설마저 힘을 잃고 있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에 의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후 3주 남짓한 기간 달러와 비교한 엔의 가치는 약 4%(약 4엔) 하락했는데 도쿄주식시장의 닛케이평균주가(225종, 닛케이지수) 상승률은 약 1%(377엔)에 그쳤다.
2012년 11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선언했을 때 정권이 교체되고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정책) 시행에 따라 금융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던 시기와 비교된다.
당시는 약 3주 사이에 달러 대비 엔 가치가 3엔 하락했고 닛케이지수는 8천600엔대에서 9천500엔대로 약 10% 상승했다.
기존에는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기업의 수출이 증가해 기업 실적이 좋아진다는 기대감 때문에 일본 주식이 잘 팔렸지만, 이런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나쁜 엔저'라는 인식이 확산했다는 것이다.
닛케이지수와 엔 환율의 연동성을 보여주는 상관계수를 구했더니 2021년 10월에는 약 0.4였는데 이달 중순에는 약 0.15였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연동성이 높고, 0에 가까울수록 연동성이 낮아진다.
엔화 가치가 1달러에 120엔대 수준으로 낮았던 2014년에는 상관계수가 0.7을 넘었다.
다이와증권은 엔 가치가 달러당 1엔 낮아지면 기업의 경상이익이 0.4%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2009년보다는 엔저의 효과가 줄어든 셈이다.
당시는 엔 가치가 달러당 1엔 낮아질 때 경상이익이 1% 가까이 늘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기노시타 도모오 인베스코애셋매니지먼트 글로벌 마켓 전략가는 "기업이 해외 이전을 추진한 영향도 있고, 엔화 약세로 수출이 늘어나는 것도 없어졌다.
글로벌 기업에 엔화 약세가 아직은 다소의 순풍이지만 거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세 악화로 자원이나 곡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물가도 상승해 가계와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원유 선물 가격이 한때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배럴당 130엔대까지 올랐으며 비철금속이나 곡물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자원이나 식량을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일본 입장에서 비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대책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채권 순매입 종료 시기를 앞당기기로 하는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긴축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일본은행은 금융완화를 계속하기로 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결국 엔화 가치는 약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실제로 일본은행이 이달 10일 발표한 기업물가지수(2월 속보치)는 1년 전보다 9.3% 올라 비교 가능한 자료가 남아 있는 1981년 1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입물가지수 상승률은 엔화 기준 34.0%였는데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로다 총재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결정한 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물가상승이 "일본에 바람직한 상승이 아니다"고 규정하면서도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플러스가 되는 기본적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속하는 것은 엔화 약세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 자금을 조이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은행의 금융완화를 '줄타기'로 규정하고서 "복잡한 연립방정식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19일 분석했다.
앞서 구로다 총재는 2013년 3월 취임 직후 대규모 금융완화로 2년 이내에 물가 2% 상승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던 당시에는 경기에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일본은행은 2016년에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도입하며 안간힘을 썼으나, 2년을 훌쩍 넘기고도 2%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아사히신문은 대규모 금융완화가 예상을 벗어나 장기화했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반복됐지만, 구로다 총재는 출구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차기 총재가 금융완화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구로다 총재의 임기 만료는 내년 4월 8일이다.
/연합뉴스
취임 9년 구로다 일은총재 출구전략 부재…'차기 총재 금융완화 축소' 관측 20일로 취임 9년을 맞이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대규모 금융완화가 딜레마에 빠졌다.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풀고 있으나, 엔화 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엔저) 일본 주식 가격이 오른다는 통설마저 힘을 잃고 있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에 의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후 3주 남짓한 기간 달러와 비교한 엔의 가치는 약 4%(약 4엔) 하락했는데 도쿄주식시장의 닛케이평균주가(225종, 닛케이지수) 상승률은 약 1%(377엔)에 그쳤다.
2012년 11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선언했을 때 정권이 교체되고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정책) 시행에 따라 금융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던 시기와 비교된다.
당시는 약 3주 사이에 달러 대비 엔 가치가 3엔 하락했고 닛케이지수는 8천600엔대에서 9천500엔대로 약 10% 상승했다.
기존에는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기업의 수출이 증가해 기업 실적이 좋아진다는 기대감 때문에 일본 주식이 잘 팔렸지만, 이런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나쁜 엔저'라는 인식이 확산했다는 것이다.
닛케이지수와 엔 환율의 연동성을 보여주는 상관계수를 구했더니 2021년 10월에는 약 0.4였는데 이달 중순에는 약 0.15였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연동성이 높고, 0에 가까울수록 연동성이 낮아진다.
엔화 가치가 1달러에 120엔대 수준으로 낮았던 2014년에는 상관계수가 0.7을 넘었다.
다이와증권은 엔 가치가 달러당 1엔 낮아지면 기업의 경상이익이 0.4%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2009년보다는 엔저의 효과가 줄어든 셈이다.
당시는 엔 가치가 달러당 1엔 낮아질 때 경상이익이 1% 가까이 늘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기노시타 도모오 인베스코애셋매니지먼트 글로벌 마켓 전략가는 "기업이 해외 이전을 추진한 영향도 있고, 엔화 약세로 수출이 늘어나는 것도 없어졌다.
글로벌 기업에 엔화 약세가 아직은 다소의 순풍이지만 거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세 악화로 자원이나 곡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물가도 상승해 가계와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원유 선물 가격이 한때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배럴당 130엔대까지 올랐으며 비철금속이나 곡물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자원이나 식량을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일본 입장에서 비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대책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채권 순매입 종료 시기를 앞당기기로 하는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긴축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일본은행은 금융완화를 계속하기로 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결국 엔화 가치는 약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실제로 일본은행이 이달 10일 발표한 기업물가지수(2월 속보치)는 1년 전보다 9.3% 올라 비교 가능한 자료가 남아 있는 1981년 1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입물가지수 상승률은 엔화 기준 34.0%였는데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로다 총재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결정한 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물가상승이 "일본에 바람직한 상승이 아니다"고 규정하면서도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플러스가 되는 기본적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속하는 것은 엔화 약세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 자금을 조이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은행의 금융완화를 '줄타기'로 규정하고서 "복잡한 연립방정식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19일 분석했다.
앞서 구로다 총재는 2013년 3월 취임 직후 대규모 금융완화로 2년 이내에 물가 2% 상승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던 당시에는 경기에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일본은행은 2016년에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도입하며 안간힘을 썼으나, 2년을 훌쩍 넘기고도 2%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아사히신문은 대규모 금융완화가 예상을 벗어나 장기화했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반복됐지만, 구로다 총재는 출구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차기 총재가 금융완화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구로다 총재의 임기 만료는 내년 4월 8일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