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푸젠성에 있는 CATL 본사 전경. 사진=XINHUA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이 북미에 연간 120만대의 전기차에 대응하는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미국의 관세와 각종 제재 리스크를 현지 공장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CATL이 북미에 50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8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공장을 신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통상 배터리 1GWh가 전기차 1만5000여대 분량이라는 점에서 CATL의 북미 공장은 전기차 120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완공 시 고용 규모는 1만명에 이른다.

CATL은 이달 초 공장 부지를 살펴보기 위해 멕시코에 경영진을 파견했다. 미국과 캐나다도 고려 대상이지만 인건비와 통상 문제가 있어 멕시코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CATL은 CATL은 현재 연 125GWh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579GWh로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 30%, 중국에선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완성차업체들 외에 테슬라와 스텔란티스, BMW 등의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은데다 아직 해외 생산설비가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글로벌 고객사들도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CATL의 배터리를 장착한다. 완성차업체들은 연구개발과 생산관리 측면에서 주요 협력사에 자동차 공장과 가까운 지역에 생산설비를 짓도록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CATL이 북미공장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에 공장이 있는 완성차업체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관세와 각종 통상 이슈 때문에 중국 생산 배터리를 수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와 포드, 일본 도요타·혼다·닛산 등이 CATL의 새로운 고객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CATL이 2019년 건설에 착수한 독일공장은 올 상반기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독일공장은 14GWh 규모이며 향후 24GWh로 증설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CATL이 테슬라에 공급하기 위해 북미공장을 추진하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합작 설립한 기가팩토리에서 배터리를 주로 공급받고 있으며 중국에선 CATL과 LG화학의 제품을 쓰고 있다.

테슬라는 에너지 밀도를 높인 4680 배터리를 주력으로 쓰면서 단거리 차량에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4680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를 쓰는 삼원계다. 삼원계는 LFP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출력이 높다.

CATL은 LFP 방식에 강점이 있으며 삼원계 비중도 높여가고 있다. 이번에 북미에 추진하는 신공장은 LFP와 삼원계를 혼류 생산할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