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20일 오후 4시

LG전자가 차량용 스마트폰 무선충전사업을 중견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비에이치에 판다.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부문 철수를 결정한 이후 이와 연관된 충전 기술도 외부에 넘기는 절차를 밟는 것이다. LG전자의 사업 재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장(VS)사업본부의 차량용 스마트폰 무선충전사업부문을 코스닥 상장사인 비에이치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대상은 인력을 포함해 관련 기술과 자산 등으로 매각가는 약 1400억원이다. 비에이치는 자회사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디케이티와 이달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인 비에이치이브이에스를 통해 이 사업을 인수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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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2017년 차량용 무선충전사업에 발을 들였다.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자동차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술을 장착해 왔다. ‘CES 2020’에선 완전자율주행 콘셉트 차량인 LG전자 커넥티드카에 이 기술을 적용했다. LG전자는 세계무선충전협회(WPC)의 이사회 멤버로 무선충전기술의 국제표준을 주도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아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무선충전사업에서 2027년까지 매년 연간 2000억원 규모의 물량을 수주해 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수자 입장에선 안정적 수익을 누릴 수 있고 LG전자는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거래”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번 매각으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높이게 됐다. 모바일사업에서 지난해 철수한 데 이어 올해 태양광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등 ‘선택과 집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3곳의 자회사를 청산하거나 합병했다.

LG전자는 대신 △의료기기 제작 및 판매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판매 △암호화 자산의 매매 및 중개업 등을 정관에 추가하는 등 유망 신사업엔 적극 진출하고 있다. 매각 대금 등으로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1999년 설립된 비에이치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용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제작해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공급하는 중견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1조369억원으로 창사 후 첫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은 710억원이었다. 자동차용 제품 및 부품 제조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등 기존 스마트폰 부품 사업에서 차량 부품 관련 사업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차준호/김병근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