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전문 중소기업 A사. 정부의 올해 스마트 교통 인프라 사업에 대비해 수억원을 투자하고 제품을 개발한 일련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한 가운데 정부가 해당 사업의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통합 발주했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상용 소프트웨어의 합리적인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분리 발주 제도가 있지만 공공 분야에서 여전히 통합 발주가 많다”며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하고 낙찰받은 컨소시엄에서 재하청받으면 소프트웨어의 제값을 받기 어렵다”고 20일 하소연했다.

공공분야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통합 발주 관행이 끊이지 않으면서 중소기업이 시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프트웨어 분리 발주는 정부가 소프트웨어진흥법에 따라 2010년 시행하기 시작한 제도다. 사업을 발주한 공공이 아닌 수주 기업이 임의로 소프트웨어 가격을 낮추는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사업(시스템) 규모가 3억원 이상이거나 조달청 종합 쇼핑몰에 등록된 소프트웨어는 국가의 직접 구매 대상으로 규정돼 있다.

예외 규정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저한 비용 상승’, ‘기간 지연’ 등의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통합 발주가 허용돼 있다.

A사 대표는 “지자체가 비용 상승 등의 영향이 없음에도 이 같은 규정을 남용하는 일이 많다”고 주장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