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3조원 규모의 미국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아이허브가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을 챙기는 ‘셀프 메디케이션’ 트렌드가 확산된 여파로 국내 건기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과거 일부 제약사가 주도하던 국내 건기식 시장은 식품기업이 가세한 데 이어 롯데 신세계 등 유통대기업, 글로벌 건기식업체까지 가세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아이허브, ‘원화 고정가’ 제도 도입

커지는 건기식 시장…美 아이허브도 가세
최지연 아이허브 아시아태평양 총괄본부장(47·사진)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에선 건기식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올해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허브는 2010년대 초반 건기식 ‘해외직구족’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3만여 종에 달하는 세계 각국의 유명 건기식 브랜드 제품을 직매입해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인 덕에 국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아이허브는 국내 건기식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원화 고정가’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아이허브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달러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 원·달러 환율에 따라 국내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이 매일 변동되는 구조다. 국내 소비자로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해 환율이 치솟으면 제품 구매 가격이 올라 부담이 커진다. 최 본부장은 “환율 변동에 따른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원화 고정가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아이허브가 진출한 180여 개국 중 해당 국가 화폐를 가격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아이허브는 미국에서만 운영하고 있는 건기식 정기구독 서비스의 국내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제품을 시기에 맞춰 보내주는 서비스다. 최 본부장은 “세계 어느 나라 소비자보다 건기식에 대한 지식과 정보 수준이 높은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유통·글로벌업체 잇따라 가세

커지는 건기식 시장…美 아이허브도 가세
아이허브 등 외국계 기업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국내 건기식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은 2017년(4조1728억원)에 비해 20.9% 커진 5조454억원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기식 시장은 성장세가 빠를 뿐 아니라 소비자 수준이 높아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게 특징”이라며 “비타민만 해도 성분과 함유량, 제형 등에 따라 종류가 수백수천 가지에 달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국내 식품·유통업체도 커지는 건기식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지주는 최근 자회사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해 건기식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 제과·푸드·칠성음료 등 식음료 계열사에서 나눠 하던 사업 역량을 통합해 시너지를 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마트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 고바이오랩과 손잡고 건기식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최근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SPC삼립은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 및 수출입’을 추가하는 등 건기식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