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내 들어가면 靑 벗어나기 어려워져" 구중궁궐 탈피 속도전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 '결단' 강조…국정조정 능력 첫 시험대
'광화문 시대' 공약반쪽 이행 지적은 부담…여론수렴도 과제, 시일 촉박 관측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화했다.

'구중궁궐'이라고 불려온 청와대에서 나와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에 나서겠다는 선언이었다.

내부에서 추가 여론 수렴 등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이유와 '용산 집무실'을 대안으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며 대국민 설득에 나서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일부 비판적 여론 및 속도조절론에 밀려 '청와대 임시 집무 후 추후 추진' 등의 우회로를 택할 경우 자칫 이전 동력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1월에 발표했던 '광화문 시대' 공약을 반쪽 이행했다는 비판과 '국방부도 구중궁궐'이라는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것이 과제로 남은 상태다.

윤 당선인의 국정 조정 능력이 첫 시험대에 서게 된 모양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지금 아니면 못한다'…尹, 속도조절 대신 정면돌파(종합)
윤 당선인은 이날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측면,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해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된다"며 용산 집무실 이전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회견 직전까지 당선인 주변에서는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낙점되긴 했으나 반대 여론을 의식해 추진 시기를 다소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실제로 윤 당선인에게는 이날 발표된 안과 함께 '한시적으로 청와대를 사용하다 국방부로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안'이 전날밤 동시에 보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수위원들의 신중론을 반영한 안이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한시적 청와대 사용 후 용산 이전'에 대해 "논란을 미룰 뿐, 종식하는 게 아니다", "안주하면 청와대에서 나오지 못한다"라는 판단 아래 '결단'을 내렸고, 이날 회견에서 임기 시작일인 5월 10일에 맞춰 '용산 집무실 시대'를 열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대선일 이후 11일 만에 내린 결정이다.

이는 결론을 더 늦췄다가는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국 이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청와대에서 나오겠다는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이날 회견에서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시도가 번번이 좌절된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또다시 국민과 약속을 저버린다면 이제 다음 대통령 누구도 이것을 새로이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기를 조금 더 두고 시간을 두고 판단하는 게 어떻냐 하는데 그렇게 청와대에 들어가면 저는 안 된다고 본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여러 바쁜 일 때문에 이전이 안 된다고 본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특히 청와대를 나오기로 한 결정에 대해 "결단하지 않으면 벗어나기 어렵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는 이유를 언급하며 '성급한 결정'이라는 우려를 반박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을 온전히 지키지 못한 데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이 탄생한 배경에 대해 "청와대 본관의 폐쇄성을 벗어나 늘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 뜻을 제대로 받들고자 약속한 것"이라며 "당선 이후 광화문 정부 보유 청사 등을 대상으로 집무실 이전 방안들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쉽지 않은 문제임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기관의 이전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최소한의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광화문 인근 시민들의 불편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공약을 수정한 데 대한 대국민 이해를 구했다.

뿐만 아니라 '광화문 대신 용산'으로 바뀐 집무실 장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구중궁궐' 청와대를 나와 국민 속으로 들어오려는 취지를 평가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를 임기 시작인 5월10일 개방해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면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 1층에 프레스센터를 설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소통 의지를 강조했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청와대에 임시로 들어갈 경우 당선인이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을 개방하고 본인은 좁은 비서동 사무실 하나를 쓰려 했으나 설사 이렇게 청와대를 개방해도 '반쪽 개방'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며 "당선인의 국민에 대한 소통 의지가 워낙 강했고 당선인이 '맡겨달라. 책임지고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지금 아니면 못한다'…尹, 속도조절 대신 정면돌파(종합)
이날 윤 당선인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공식 발표로 '광화문이냐, 용산이냐'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됐다.

하지만 '반쪽 공약 이행'이라는 비판과 함께 여론을 설득하는 일이 과제로 남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이 불과 두 달여 전인 지난 1월에 발표됐던 만큼, 당시에 충분한 검토 없이 공약을 발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광화문 대통령'의 상징성을 살리지 못하게 됐다고 아쉬워하는 시선도 있다.

이와 관련, 윤 당선인은 "기존에 들어가 있는 정부기관의 이전 문제라든지, 대통령 경호를 최소화하더라도 광화문 인근 지역에 거주하시거나 빌딩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불편이 세밀하게 검토가 안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결정이라면서, 정작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충분히 밟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급박한 결정이 자칫 '점령군'처럼 국민 눈에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부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등 최우선 민생 현안들보다 대통령실 이전을 우선 순위로 다루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 여론도 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국민께 봉사하기 위한 것이고, 시급한 문제를 대통령 독단이 아니라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결정하는 것이라, 이것 역시 굉장히 시급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안보와 직결된 군의 주요 시설 이전이 불가피한 점 등과 관련해 안보 불안을 불식하는 점도 과제다.

국방부로 대통령 집무실이 확정됨에 따라 국방부와 합참 등의 '연쇄 이동'이 현실화하게 됐다.

윤 당선인은 "군부대가 이사한다고 해서 국방 공백이 생긴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과거에 다 근무하고 충분히 경험 있는 분들이 계획을 세운 것이다.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가장 효율적으로 이전을 완료해 안보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예비비 책정 등 이전 과정을 둘러싼 현 정부와의 매끄러운 조율도 이전 시간표를 차질없이 달성하는데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윤 당선인이 5월10일 취임식 직후 용산의 새 집무실에서 바로 집무를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시간이 촉박하지 않느냐는 관측도 있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국가재정법 위반이자 직권남용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윤 당선인은 '국방부 이전을 현 정부 임기 내에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현 정부와 이야기했느냐'는 질문에 "예비비나 이전 문제에 대해선 인수인계 업무의 하나라고 보고 현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