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대표사퇴·우상호 서울시장 불출마…윤호중은 사퇴론에 난항
각자도생 모색…정권교체기·지방선거 거치며 역할론 재부상 가능성

대선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주류 파워엘리트인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퇴조 흐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86그룹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이 21일 "정치인의 생활을 청산하고 국민 속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다.

대선 전에 쇄신 차원에서 86그룹에서 불출마 선언이 나온 적은 있지만 대선 패배 이후에 중량급 정치인이 은퇴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장관은 "에너지가 소진된 내 개인의 문제"라고 선은 그었지만, 이를 계기로 당내 세대교체 흐름이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대중 정부 시기 '젊은 피 수혈'로 대거 정치권에 진출한 86그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을 넘어 한국 사회의 주류세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송영길 전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투톱'을 모두 86그룹에서 배출하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4·7 재보선 패배의 후폭풍 속에서 정점에 오르자마자 기득권이라는 거센 비판과 세대교체론의 도전을 받았다.

'젠더 갈라치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등장은 민주당 지도부를 이룬 86그룹을 더욱 '장강의 뒷물결'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여기에 대선 과정에서 2030 청년세대 표심이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고, 정치개혁 의제의 하나로 '86그룹 용퇴론'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만 대선 중에는 송 전 대표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우상호 의원이 지난해 4월 내놓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재확인한 이후 '후속타'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대선이 패배로 끝나면서 86그룹은 더 강한 2선 후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김영춘 정계은퇴, 86퇴진 신호탄 되나…대선패배에 후퇴 가속화
송 전 대표는 대선 하루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우 의원도 서울시장 재도전을 포기했다.

윤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 수습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일각의 사퇴 요구에 직면하는 등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장관이 정치 은퇴까지 선언하면서, 나머지 86그룹 인사들도 향후 진로를 더욱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 중 하나로 거론되던 이광재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다만 여전히 86그룹이 쌓아 온 정치적 자산이 적지 않고, 민주당의 주류로서 다수의 스타 정치인이 포진한 만큼 대대적인 세대교체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윤석열 정부의 대척점에서 견제에 나서야 할 거대 여당의 구심점으로 이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의원의 경우 원내대표 불출마 이후 강원도지사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데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도 향후 '역할론'이 제기될 수 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외곽 지원 외에는 별다른 정치활동은 하지 않고 있으나 행보 자체가 계속 관심을 받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 결과에 따라 새로운 정치적 공간이 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