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1월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삼성 봇 아이’와 ‘AI 아바타’, 가사 보조 로봇인 ‘삼성 봇 핸디’ 등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 1월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삼성 봇 아이’와 ‘AI 아바타’, 가사 보조 로봇인 ‘삼성 봇 핸디’ 등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시대의 승자로 꼽힌다. 코로나19로 급증한 ‘집콕’ 수요를 흡수하면서 매출과 이익을 늘려왔다.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며 제품력을 끌어올리고 공급망(SCM) 관리를 통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한 결과다. 하지만 최근 들어 증권가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소비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스마트폰과 생활가전 분야의 이익이 줄고 있어서다. 캐시카우인 반도체사업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다채로워지는 성장 동력

삼성전자가 지난 16일 주주총회에서 신성장 사업에 대해 자세히 언급한 것도 이런 세간의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완제품을 담당하는 DX(디지털경험) 부문을 이끄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로봇과 메타버스 사업을 신성장 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신사업 발굴의 첫 행보는 로봇 사업”이라며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 영역으로 생각하고, 전담 조직을 강화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은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 후보군으로 자주 거론되는 분야다. 2020년 말 조직 개편에서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지난해 말에는 조직 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1년여의 테스트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로봇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회장은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 기술을 축적해 미래 세대가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한 부회장은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지 메타버스를 경험할 수 있게 최적화된 메타버스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 전시장에서도 “메타버스 플랫폼 디바이스가 요즘의 화두로,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언급했다.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자동차 전자장비 부문 인수합병(M&A)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시장에선 새로운 성장동력 부족을 삼성전자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원인으로 꼽아왔다. 전장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 이렇다 할 인수합병(M&A) 소식이 없어 경쟁 업체에 비해 미래 사업 대비에 소홀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M&A 행보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회장의 M&A 언급을 ‘이미 상당한 준비가 이뤄졌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기존 사업에선 ‘초격차’ 확대

기존 사업에선 상품 전략 고도화, 투자 확대를 통한 초격차 구현 등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완제품을 담당하는 DX 부문은 인플레이션의 파고를 넘기 위한 전략으로 고급화와 다양화를 내세우고 있다. TV 사업에서는 네오 QLED 등 프리미엄 TV 중심으로 수요를 선점하고 판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15개였던 네오 QLED TV 모델을 21개로 확대했다. 더 다양한 고객 수요를 끌어들이려는 조치다.

이와 함께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공개한 ‘더 프리스타일’ 등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춘 라이프 스타일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더 프라스타일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빔프로젝터다. 가구와 TV의 경계를 허문 ‘더 세리프’, 집안을 갤러리로 바꿔주는 ‘더 프레임’, 가로·세로 회전이 자유로운 ‘더 세로’ 등도 삼성이 기대를 걸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 제품으로 꼽힌다.

스마트폰 분야 역시 제품 구색 다양화 등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 시리즈와 최신 태블릿 갤럭시탭S8 시리즈 등을 공개했다.

반도체 사업을 맡은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도 차별화된 제품으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목표를 내놨다. 메모리는 서버·PC용 수요 회복에 따른 첨단공정·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 최적화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시스템LSI는 주요 고객사의 플래그십 제품용 SoC(시스템 온 칩)와 이미지센서 등 주요 부품 공급에 주력하고, 파운드리는 첨단공정 생산과 수율 안정성 향상을 통해 공급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