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 악물고 일했는데 기름값까지 치솟으니 어떻게 살지 막막합니다.
우리가 잘못해 기름값이 올라간 게 아닌데, 왜 우리가 이렇게 힘들어야 합니까.
"
경기 남양주에서 14t 화물트럭을 모는 화물노동자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정호화(46)씨는 편지를 읽는 내내 한숨을 쉬었다.
급등한 기름값 탓에 월 300만원의 수입 대부분을 기름값으로 지출하느라 생활비조차 마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노동자들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기름값 폭등에 따른 화물노동자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최근 경유 가격이 작년 3월 평균보다 무려 32% 상승했다고 한다"며 "화물노동자들은 평소에도 운송료의 30% 이상을 유류비로 지출해왔는데, 기름값이 오르면서 25t 화물차는 한 달 유류비 지출만 약 250만원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름값 상승 탓에 화물운송 비용도 급격하게 올랐음에도 운송료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현재 기름값이 지속된다면 사실상 수입은 0원에 수렴하고, 운송을 포기하는 화물노동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운행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화물노동자들은 계약해지가 두려워, 할부금을 못 내 차를 뺏길까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도로를 달리고 있다"며 "연료 소비가 많은 장거리 운송 차량은 이미 멈추기 시작했고, 시내를 달리는 일반 차량도 조만간 스스로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 화물노동자 대책이 포함된 고유가 대책 마련 ▲ 유가 연동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 운임제 확대 ▲ 대기업 화주의 책임 있는 화물노동자 운임 인상을 촉구했다.
급등한 기름값 탓에 울상을 짓기는 다른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30년째 식자재 납품업을 하고 있다는 이종구(55)씨는 "하루에 12시간은 오토바이를 끌고 다니니 기름값이 많이 든다.
월 400만원을 벌면 기름값을 빼고 250만원은 남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200만원도 될까 말까"라며 "30년 동안 이런 적은 처음이다.
집에 있는 차도 못 몰고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종로구에서 만난 염흥호(68)씨는 "오늘 아침에도 리터당 1천800원 받는 주유소가 있다고 해서 도봉구 쌍문동까지 가서 기름을 넣고 왔다"며 "기름값이 이렇게 오르니 일을 그만둘 생각"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매일 30㎞ 거리를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한다는 회사원 장석준(28)씨는 "평소 기름값이 한 달에 20만∼30만원 정도였는데 요즈음은 30만∼40만원 가까이 쓰는 것 같다"며 "회사에서 출퇴근 버스를 운영하는데 차를 놔두고 버스를 탈까 생각 중이다.
식비나 생활비도 전보다 20% 줄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