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 '폐용제 재생 증류타워' 내달 가동
국내 1위 산업용 아스팔트 제조기업 한국석유공업이 반도체 세정액 등 폐유기용제 재생사업에 시동을 걸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본격화한다. 유기용제는 지방·고무 등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을 녹이는 석유화학 제품을 말한다.

2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업은 울산 공장에서 고순도 유기용제 재생 증류타워의 막바지 공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달 말 완공을 목표로 4960㎡(1500평) 규모 부지에 짓고 있는 3개의 증류타워 높이는 각각 50·40·30m다. 내부 증류 단수는 50·38·25단으로 구성돼 있다. 화학물질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한 증류타워는 높이가 높고 내부 단이 촘촘하고 많을수록 고순도 제품을 뽑아낼 수 있다는 평가다. 강승모 한국석유공업 부회장(사진)은 “한국석유공업의 유기용제 재생 증류타워는 울산화학단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가장 높고 촘촘한 증류타워로 우뚝 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석유 '폐용제 재생 증류타워' 내달 가동
한국석유공업의 증류타워는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공장 등에서 사용한 세정액, 식각액 등 다양한 폐유기용제를 받아서 끓인 뒤 증류해 99.7% 이상 고순도 재생용제로 만들어내는 공정에 사용된다. 다음달부터 본격 가동되는 증류타워의 연간 재생 용량은 1만8500t 규모에 달한다. 증류타워는 아직 가동 전이지만 예정된 전체 재생 용량의 80% 이상을 이미 국내 주요 석유화학 대기업에 판매 완료했다. 한국석유공업은 올 하반기 중으로 2차·3차 증류타워 증축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1차 증류타워 공사에서 기반 설비가 충분히 마련됐기 때문에 증축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은 1차 투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유기용제 재생사업을 계기로 ESG 경영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유기용제를 한 번만 쓰고 폐기하는 것보다 재생해서 사용하는 경우 탄소배출량이 적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일정 비율 이상의 재생 유기용제 사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석유공업은 유기용제 재생사업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강 부회장은 “유기용제 재생시설은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공장과 지리적으로 가까워야 효율이 한층 높아진다”며 “유럽 미국 등 해외에 진출한 한국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공장 근처에 유기용제 재생공장을 짓고 협업하며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지난해 매출 6289억원, 영업이익 155억원을 기록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