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초안으로 농약 사용 제한·농작 휴지기 도입 등 논의 중
세계 밀 가격 폭등 속 발표 미루기로…"이런 논의할 정치적 여력 없다"
[우크라 침공] EU, 식량난 우려로 지속가능 농업 논의도 '멈칫'
유럽연합(EU)이 '지속가능한 농업' 초안을 발표하는 시점을 예정보다 미루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세계의 빵공장'으로 불릴 만큼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침공당한 여파로 식량 위기 우려가 커지는 데 따른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 농업 당국자는 EU가 이번주 농약 사용 감축과 관련한 안건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EC)가 당초 오는 23일로 예정했던 초안 발표는 사실상 미뤄지게 됐다.

EU는 앞서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하나로 2030년까지 화학 농약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을 법제화하는 수순으로 현재 '지속가능한 농업' 초안을 마련 중인데, 초안 내용은 크게 농약 사용 규제, 농작 휴지기 도입 등 두가지 안건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 달도 안 돼 세계 밀 가격이 20% 넘게 치솟는 등 식량 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이런 논의에 변수가 됐다.

EU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EU 식량 안전 당국자는 앞서 회원국 농업 장관과의 회의에서 "EU가 농약 사용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현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런 논의를 할 '정치적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원료 가격이 상승하는 데다 비료 가격도 폭등해 농업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기존 화학 농약 사용량을 줄이고 다른 수단을 적용하면 곡물 가격은 더 크게 뛸 수밖에 없다.

곡물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휴지기를 도입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달 전쟁이 시작된 이래 세계 밀 가격은 21%, 보리는 33% 상승했고 일부 비료는 40%나 가격이 치솟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나오는 밀은 세계 거래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해바라기유 등은 50% 이상에 달한다.

EU는 유럽 내 온실가스 배출량 중 농업 분야에서 나오는 규모가 1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