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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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그룹의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분식회계 혐의에서 벗어난지 일주일 만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3대 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대규모 블록딜에 나섰다.

22일 9시7분 현재 셀트리온은 전일 대비 1만2000원(6.63%) 하락한 16만9000원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5000원(7.08%) 내린 6만5600원에, 셀트리온제약은 4300원(4.22%) 빠진 9만77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테마섹의 블록딜 추진에 따라 투자심리가 악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테마섹은 블록딜 추진 물량을 포함해 셀트리온 지분 6.59%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6.63%를 보유해 두 회사 모두의 3대 주주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테마섹은 전일 장마감 이후 셀트리온 주식 230만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260만주에 대한 블록딜을 결정하고 블록딜 주관사로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을 내세워 국내외 기관 투자가를 상대로 수요 예측에 나섰다.

매각 가격은 전일 종가에서 6~9%가 할인돼 셀트리온이 16만4700~17만100원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6만4250~6만6350원으로 각각 결정될 예정이다. 예상 밴드의 상단을 적용한 거래대금은 셀트리온이 39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1700억원으로 모두 5600억원에 이른다.

이번 테마섹의 블록딜 추진이 셀트리온그룹의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 상승세를 꺾게 될지 주목된다.

전일에는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지난주(14~18일) 주간으로 셀트리온은 7.80%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9.46%가, 셀트리온제약은 12.18%가 각각 상승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1일 개최한 임시회의에서 셀트리온그룹의 회계기준 위반 혐의에 대해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아닌 중대한 과실에 의한 ‘실수’라는 판단을 내놨다.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판단에 셀트리온그룹 사안은 검찰에 고발·통보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회사는 거래정지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후 금융위가 의결한 과징금 부과 규모도 셀트리온이 6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60억4000만원, 셀트리온제약이 9억9210만원 등으로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문제는 셀트리온그룹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증권가의 확신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본업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 격) 분야의 경쟁은 치열해졌고,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해 개발한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의 제품 수명도 다해가고 있다.

지난 11일 증선위의 결론이 나온 뒤 증권가에서는 셀트리온그룹의 회계 감리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데 안도하는 보고서가 쏟아져 나왔지만, 이 와중에 신한금융투자와 한화투자증권은 셀트리온의 목표가를 각각 25만원으로 내렸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파율이 높고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렉키로나의 낮아진 기대감,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 심화를 반영했다”며 목표주가를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렉키로나의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초기 셀트리온은 발빠르게 렉키로나 개발에 나섰고,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2020년 12월7일에는 주가가 38만8903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기대감이 사그라들면서 작년에 들어선 이후 렉키로나 개발이 진척되는 와중에도 주가가 하락세가 지속됐다. 이후에는 렉키로나 임상 시약을 생산하기 위해 본업인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생산능력을 희생했다는 게 주목되며 주가가 더 빠졌다. 전일 종가 18만1000원은 고점 대비 53.46%가 빠진 수준이다.

셀트리온그룹의 상장 계열사 3사의 합병이 추진되면 주가의 추가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회계 감리 이슈로 인해 사업·경영 투명성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어 합병 추진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의 합병이 추진되면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합병이 당장 추진되기는 어렵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셀트리온이 지난달 결정한 800억원(50만주) 규모의 자사주 취득이 현재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을 마치고 한달이 지나야 합병을 결정하기 위한 이사회를 개최할 수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