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연구원, 지상 저류조 배치·주택 방호 이격 공간 등 필요
"동해안 산불 방지하려면 저지 거점·도심 방어 공간 조성해야"
최근 대형화하는 동해안 산불을 방지하려면 야간 강풍을 고려한 확산 저지 거점과 도심 방어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강원연구원 김경남 선임연구위원과 황정석 산불정책연구소 소장은 22일 '양간지풍의 동해안 산불, 대책은 있는가'라는 정책 브리프를 통해 기존의 산림관리 대책, 공중 기동형 대책 이외에 지역 거점형 대안을 제시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도내에서 1996년 고성산불(3천762㏊)이 대형산불로 인식된 이후 올해 3월까지 동해안 6개 시군에서 100㏊를 초과한 산불은 14건으로 총 3만3천555㏊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의 116배에 이르는 면적이며, 재산 가치와 공익적 피해 가치로는 1조1천억 원에 이른다.

주목할 점은 전선 스파크, 신당의 촛불, 담뱃불, 방화가 산불 원인이나 이들 발화점은 모두 도민들의 생업과 생활의 장(場)인 자연-인간의 간섭지대 안에 있고, 큰 재산피해는 도시에서 각각 발생하는 추세다.

백두대간을 축으로 하는 동해안은 그동안 자연-인간 간섭지대에 생업과 생활에 필요한 건조물이 들어섰고, 산불이 동진하면 간섭지대 깊숙이 진출한 건축물이 소실되는 피해를 봤다.

올해 산불로 큰 피해를 본 동해시의 경우 7번 국도를 중심으로 도심이 형성돼 있고, 불이 국도 동쪽의 산지로 옮겨붙으면서 도심의 주택이 불타는 도시형 산불로 진행됐다.

울진에서 시작한 산불은 강풍 속에 초동진화를 하지 못했고 원자력 발전 시설과 삼척 LNG 기지를 위협하면서 헬기 자원 배분이 줄었다.

설상가상 격으로 강릉 성산과 옥계, 영월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자 이마저도 분산돼 강풍과 동시다발적 산불 등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앞으로 동해안의 산불 대책은 확산 저지 거점(Fire Breaker)을 조성하는 등의 '산불 극복 뉴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동해안 산불 방지하려면 저지 거점·도심 방어 공간 조성해야"
헬기 기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산불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방화수 등을 산지 거점에 조성하자는 것이다.

지상형 저류조의 용량은 최대 30만L, 타워형 물탱크는 1∼5만L 규모로 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또 도심 배후면에는 산불 방어를 위한 완충공간(Fire Breaking Zone)을 조성해 지상 진화인력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주택 방호를 위한 이격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동해안 산불 방지하려면 저지 거점·도심 방어 공간 조성해야"
동해시의 경우 7번 국도 근방, 도심 서쪽 산지를 가연물질이 없는 완충공간이자 소방차 운행이 가능한 임도가 있는 산불 방어 거점으로 만들면 지상진화반이 이곳을 거점으로 초기 대응하며 헬기 출동 시간을 벌 수 있고, 동시다발적 산불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농산촌 지역의 방화 잠재자를 파악하는 방화위험도 평가를 하고, 대형산불 불쏘시개로 지목받는 소나무림이 우위를 점하는 지역에 산불의 확산 속도를 늦추고 살수 효과를 극대화하는 내화수림대를 조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김경남 선임연구위원은 "산불 발화점은 도민들의 생업과 생활의 공간인 자연-인간 간섭지대 안에 있고, 이걸 바람이 키운 만큼 간섭지대에 대한 정교한 정책이 없다면 '산불 제로'는 공허한 슬로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의 산불 대책은 이러한 공간 대책이 아니라 수종과 밀도 관리라는 숲 중심의 대책이었다"며 "산불 피해지를 몇 개의 지구로 분할하고, 지구별 간섭지대의 크기, 위치, 형상을 구상하는 종합행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