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회 구성에서 '노동'이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네요. 관할이 경제2분과인지 사회복지문화분과인지도 헷갈리네요."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프리즘'이라 할 수 있는 인수위의 윤곽이 나온 가운데 한 정부부처 관계자의 말입니다. 대선기간에도 '노동이 사라진 대선'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지만, 인수위에서조차 노동관련 분과는커녕 이렇다할 전문가도 없다는 게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의 유연한 적용, 임금체계 개편 등을 공약했지만 새 정부의 밑그림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22일 인수위원회 구성 자료에 따르면 사회복지문화분과가 실질적인 노동정책 관련 이슈를 다룰 것으로 보입니다. 분과 간사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맡았습니다. 인수위원으로는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입니다. 각각 복지, 보건, 문화정책을 담당할 것으로 해석됩니다. 구체적인 설계도를 만들 전문위원 구성을 보면 노동정책 관련 인사는 고용부 파견 국장(이정한 고용부 노동시장정책관) 외에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에서 고용노동정책 설계를 맡았던 유길상 전 한국고용정보원장은 예상과 달리 인수위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한국노총 출신의 임이자 의원이 분과 간사를 맡기는 했지만 사실상 노동정책보다는 코로나 극복 등 보건, 복지, 문화정책을 교통정리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앞서 인수위 구성 초안을 보면 또한번 고개를 가로젖게 됩니다. 당초 7개 분과 중 노동정책과 가장 관련이 큰 분과는 경제2분과였습니다. 경제1분과는 경제성장 전략 수립과 코로나 지원·금융정책 등을, 경제2분과는 탈원전 정책 검토와 4차 산업혁명과 청년일자리 창출 방안 등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부처 내에서도 인수위에 '노동'이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산업 전환기 고용정책을 총괄하는 분과로 인식하게 만든 대목이지요. 하지만 최근 각 분과 간사가 정해지면서 고용노동정책 소관은 사회복지문화분과로 옮겨간 모양새입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1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 6단체장과 비공개 도시락 오찬 회동을 가졌습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월급 주는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겠다" "공무원들이 말도 안되는 규제를 하려고 하면 바로 전화하시라. 업무 중에 못받으면 퇴근해서라도 꼭 전화하겠다"는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 가치관을 가감없이 보여줬습니다. 아직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이지만, 윤 당선인의 발언과 인수위 구성 간의 부조화가 향후 어떤 형태로 귀결될지 주목됩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