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밖 시골 넓은 집이 좋아요"…'주택 名家' 세키스이하우스 질주
도쿄의 한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우치보리 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도쿄에서 나가노현으로 이사했다. 재택근무로 전환된 김에 한적한 고향에서 생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널찍한 중고 단독주택을 매입한 그녀는 반년에 한 번 도쿄로 출근한다. 우치보리 씨는 고향에서 마음 편히 지내며 일의 효율도 높아졌다고 말한다.

코로나19는 주거에 대한 가치관을 바꿔 놨다. 재택근무가 정착되면서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교외의 널찍한 집에서 생활하려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일본에서 ‘단독주택 명가(名家)’로 불리는 세키스이하우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주가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역(逆)직주근접 인기

22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세키스이하우스는 전 거래일 대비 1.27% 하락한 2402엔에 장을 마쳤다. 세키스이하우스는 지난 1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뒤 원자재값 상승 우려로 최근 주가가 다소 조정받았지만 3월 초부터 다시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저점과 비교하면 56.9% 뛰었다.

세키스이하우스는 단독주택 명가로 평가받는 건설업체다. 비어 있는 토지를 찾아주고 지반 조사를 거쳐 건축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도맡아 해 준다. 입주가 끝난 뒤 수십 년 동안 사후관리(AS)도 보장한다. 이 회사의 실적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했다. 지난해(2021년 2월~2022년 1월) 세키스이하우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5.8% 증가한 2조5896억엔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3.43% 늘어 2302억엔을 기록했다.

일본인의 주거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이 주효했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 1월 발표한 인구이동보고에 따르면 도쿄23구의 인구는 2014년 자료 조사 이후 처음으로 전출자가 전입자보다 많았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한적한 곳에서 널찍하게 살고 싶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키스이하우스의 단독주택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9% 증가했고, 리폼(리모델링) 사업 매출은 10.7% 늘었다.

美 주택 구매 증가 수혜도

적극적인 해외 진출도 빛을 발했다. 튼튼하게 짓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미국은 주택 공급업자가 개발 사업에 보다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건축 자체는 하청업자에 맡겨 비교적 품질이 높지 않다. 시공 기간도 일본에 비해 긴 편이다.

이런 점을 노려 세키스이하우스는 2017년 2월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우드사이드홈즈를 매수해 미국에 진출했다. 미국 역시 코로나19 이후 단독주택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지난해 국제 사업 매출도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세키스이하우스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2026년 1월 말까지 해외에서 연간 1만 호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1월엔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영업하는 주택회사 홀트홈즈그룹을 추가 매수했다. 미국은 고소득자가 많아 매출 증가를 이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을 이어갈 전망이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이 2조8000억엔, 영업이익은 2360억엔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년 대비 8.12%, 2.52% 증가한 규모다. 다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자재값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키스이하우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주택 판매가 인상에 나섰지만 원재료값이 추가로 급등한다면 영업이익 축소는 피할 수 없다. 이 같은 우려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키스이하우스는 내년 1월까지 발행 주식의 2.22%에 해당하는 1500만 주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