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화상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화상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청와대 이전과 관련해 안보 공백 우려를 나타낸 데 이어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하루에만 다섯 차례의 라디오·TV 인터뷰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신중론을 제기하는 등 대대적인 여론전에 들어간 양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께 드리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이전 강행 의지를 밝혔다.

文 “국가안보, 한순간도 빈틈없어야”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시작과 함께 “국정에는 작은 공백도 있을 수 없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보와 국민 경제,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정부 교체기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고 했다.

박 수석도 이날 라디오·TV 방송에 연달아 출연해 청와대 이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TBS 라디오에서는 “윤석열 후임 대통령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시스템을 (문 대통령 임기가 만료되는) 5월 9일 밤 12시 후에 어떻게 바로 옮길 것이냐”며 “시스템을 옮기는 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저희는 걱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CBS 라디오에서는 “용산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에 대해 청와대는 인수위로부터 정확하게 들은 바도 없고 협의도 전혀 없었다”고 했다.

서욱 “책임자는 文” 野 “공백 우려 없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서 장관은 청와대 이전과 관련해 “너무 이른 시간 내에 검토 없이 배치 조정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밝혔다. 국방부 이전이 두 달 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절차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전 비용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추산보다는 많이 들 것이라고 봤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전날 합동참모본부의 남태령 이전으로 인한 청사 건축 비용을 1200억원으로 추산한 것과 관련해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든다”며 “2010년 현 합참 청사 신축 당시 1750억원가량 소요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의 책임은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 중 누가 져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지휘권을 갖고 계신 분(문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와대 이전으로 인한 안보 문제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성일종 의원은 “합참은 현재 군사작전 상태로 봐선 안보 공백이 없다고 했다”며 “인수인계 과정에서 신구 권력이 서로 협력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은 “북한이 올해 미사일을 10번 발사할 때 문 대통령은 NSC에 딱 한 번 참석했는데 어제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NSC는 직접 주재했다”며 “제 생각에는 북한 미사일이 더 큰 안보위협이지, 청와대의 국방부 이전은 더 큰 안보위협이란 생각이 안 드는데 용산 이전은 어떻게 직접 주재했냐”고 비판했다.

尹 “내 불편 생각 말고 靑 개방하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 당선인은 청와대와 국방부의 제동과 관련해 “만약 (현 정부와) 협의가 안 될 경우 나의 불편은 생각지 말라”고 말했다.

인수위 ‘청와대 개혁 태스크포스(TF)’ 소속인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윤 당선인이 “국민께 드리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에 안 들어가겠다. 청와대 개방은 계획대로 하라”는 뜻을 재차 밝혔다. 윤 당선인은 “내 개인으로는 청와대에 들어가면 굉장히 편하다”며 “누가 보는 사람도 없으니까 국민 눈치 안 보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무실 이전이 늦어져서 내가 불편한 것은 감수할 수 있다”며 “그런데 국민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은 내가 감수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가 협조하지 않으면 이것은 어려운 문제”라며 “그러나 앞으로 협상의 여지는 있으니 협의를 계속해나갈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임도원/전범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