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킴이 2017년 5월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재즈 곡을 열창하고 있다.  마리아 킴 제공
마리아 킴이 2017년 5월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재즈 곡을 열창하고 있다. 마리아 킴 제공
“피아노 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피아노를 친다.”

재즈 보컬리스트 겸 피아니스트 마리아 킴(35)에 대한 국내 재즈계의 평가다. 부드럽게 노래하면서 깊이 있는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다는 것. 그의 실력은 음반으로도 입증됐다. 지난해 발매한 5집 음반 ‘드림 오브 유(Dream of you)’는 클래식과 스윙, 보사노바가 한데 어우러져 호평받았다. 김광현 재즈평론가는 “현악 앙상블과 재즈 콰르텟, 피아노·보컬이 적절히 어우러진 이상적인 재즈 보컬 음반”이라고 했고, 안민용 대중음악평론가는 “매혹적인 음악만큼 마리아 킴의 역량이 빛났던 음반”이라고 평했다.

최근 이 음반으로 ‘한국의 그래미상’이라고 불리는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재즈보컬 음반상’을 받은 마리아 킴을 22일 만났다. 이 음반에는 ‘Dancing in the Dark’ ‘Almost Like Being In Love’ 등 재즈 대표곡과 ‘S wonderful’ 등 브라질 보사노바 대표곡 등 10곡이 담겼다. 바이올린·비올라·첼로 등 8인조 클래식 앙상블과 재즈 콰르텟(4중주)이 빚어낸 화음에 마리아 킴의 부드러운 음색이 섞였다.

“처음으로 클래식 체임버오케스트라와 함께 제작한 음반인데 좋은 평가를 받아 감사해요. 스윙 리듬과 보사노바를 엮어 ‘마리아 킴’만의 음악을 발굴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클래식과 재즈는 박자 해석부터 달라서 적절한 조합을 찾는 것이 어려웠어요. 수십 번 합주하고 수백 번 녹음본을 다시 들으며 통일된 스윙 리듬을 찾아냈죠.”

마리아 킴은 갑자기 떠오른 깜짝 스타가 아니다. 어릴 적부터 재즈 내공을 쌓아왔다. 15세이던 2002년 국내 재즈계의 성지라고 불리는 서울 서초동 재즈클럽 ‘야누스’에서 보컬로 데뷔했다. 재즈계의 대모였던 재즈보컬 박성연(2020년 작고)이 악보를 필사하던 그를 무대에 세운 것. “악보의 키를 하나 낮춰달라는 박성연 선생님의 부탁을 받고 클럽에 갔는데 어느 날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셨어요. 워낙 어린 나이라 겁 없이 무대에 올라 노래했는데, 그 뒤로도 계속 재즈클럽에서 공연했죠. 그렇게 20년이 흘렀네요.”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진로였다. 당초 클래식을 전공하려고 피아노를 배우던 그는 재즈의 변주와 잼(즉흥연주)에 이끌려 진로를 바꿨다. 학창 시절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에게 보컬을, 피아니스트 민경인에게 재즈 피아노 주법을 배웠다.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의 원류를 익혔고,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는 현대적인 재즈 주법을 배웠다. 마리아 킴은 “버클리에선 ‘정통 재즈’를 배웠고 뉴잉글랜드에선 격식을 파괴한 ‘프리 재즈’를 전수받았다”며 “양손잡이처럼 다양한 재즈 분야를 섭렵한 게 개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마리아 킴은 혼자 피아노를 연주하는 솔로 음반을 구상 중이다. 그는 “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면 혼자 음반을 채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사노바를 비롯해 발라드, 스윙 등 음악의 스펙트럼을 더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아 킴은 다음달 30일 서울 이촌동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펼쳐지는 ‘2022 서울재즈페스타’ 무대에 선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재즈의 날’을 맞아 열리는 축제다. 그는 메인 공연 ‘Divas Ⅱ’에서 5집 수록곡과 4집 ‘포토그라피’에 실린 ‘Triste’ 등을 들려줄 예정. 재즈 보컬 허성, 김민희, 한석규, 허소영 등도 함께 공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