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돌변했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50bp(1bp=0.01%포인트)씩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실물경제협회(NABE) 콘퍼런스 연설에서 “향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이상 올리는 형태로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 기조를 좀 더 중립적인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신속히 움직일 것”이라며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좀 더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노동시장은 매우 강력하지만 물가가 너무 높다”며 “물가가 통제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Fed는 지난 16일 FOMC 정례회의에서 제로(0) 수준인 금리를 3년3개월 만에 25bp 인상했다. 동시에 올해 말 금리 수준을 연 1.9%로 예상했다. 올해 남은 여섯 차례 FOMC 때마다 25bp씩 금리를 올리면 기준금리가 연 1.75%가 되는 만큼 한 차례 금리를 50bp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놨는데,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이 이런 전망을 확인시켜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월 의장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전부터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었다”며 “유럽 내 전쟁과 서방 국가들의 강력한 러시아 제재는 공급망 혼란을 더 부추기고 핵심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결국 세계가 새로운 정상 수준을 찾고 공급 문제도 해소되겠지만 그 시기와 범위는 매우 불확실하다”며 “아주 단기에 그런 정상을 찾을 것이라고 가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와 함께 파월 의장은 5월부터 Fed의 자산 축소(양적 긴축)를 시작할 수 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Fed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 Fed의 보유 자산 규모가 9조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이날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58%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04%, 0.40% 떨어졌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장기 시장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장중 연 2.32%까지 뛰었다. 2019년 6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