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자산 소유구조에 제재 실효성 의문
[우크라 침공] 닭 쫓던 개 됐나…영국이 제재한 러 재벌, 재산 미리 빼돌려
영국 정부가 러시아 신흥 재벌(올리가르히)들을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일부는 재산을 미리 빼돌린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철강왕' 알리셰르 우스마노프(68)의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부동산과 요트 등 영국 내 자산 대부분을 가족 신탁 명의로 옮겨놔서 이제는 우스마노프는 소유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그는 세계 주요 매체와 언론 단체, '조직범죄·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가 참여한 러시아 자산 추적 프로그램에 보낸 성명에서 "우스마노프는 신탁 수혜자에서 빠졌으며, 더는 자산을 관리할 수도 없고 대여 방식으로 사용할 수만 있다"고 말했다.

재산 이전은 복구나 내용 변경이 안되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영국 정부가 이달 초 우스마노프를 제재할 당시에 언급한 런던 북부와 서리 지역의 저택 역시 소유권이 넘어갔다고 대변인은 시사했다.

더 타임스는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가족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는 것은 피하는 분위기였는데 앞으로 이들도 명단에 올리라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자산 추적 프로그램에서는 우스마노프와 관련된 자산의 규모를 26억파운드(4조2천억원)로 파악했다.

우스마노프는 철강·광산업과 통신업으로 자산을 일궜으며 지난해 5월 선데이타임스가 뽑은 영국 내 자산가 순위에서 6위에 올랐다.

그는 2018년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 구단 지분 30% 이상을 가진 2대 주주였고 자신 소유 회사 USM을 통해서 에버튼 구단과도 상업적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6억달러(약 7천억원) 상당 세계 최대규모 초호화요트 '딜바르'는 함부르크의 한 조선소에서 압류됐다.

변호사 마이클 오케인은 "초부유층들이 세금 효율성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기업과 개인 재산을 구조화하는 것은 매우 흔하다"며 "소유 구조가 복잡하고 모호할수록 제재를 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우스마노프의 영국내 저택들은 이전에도 소유권 구조가 복잡했다.

BBC는 두 저택 소유권에는 에버튼 구단주이자 우스마노프의 오랜 동료인 파르하드 모시리가 관련돼있다고 전했다.

모시리는 우스마노프의 회사 USM의 주주이지만 제재 대상에 오르진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