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오염 사태 등으로 불신 높아졌지만…한국 수질지수 122개국 중 8위
우리동네 수질정보·수돗물 안심확인제 등 통해 수질 확인 가능
[환경탐구생활] ⑩ 수돗물, 그냥 마셔도 된다…탄소배출도 줄어
3월 22일은 유엔이 나날이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1992년 제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은 인간과 자연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으로, 전 세계는 후손들에게 깨끗한 물을 물려주기 위해 물 절약 및 보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물 가운데 우리 국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영향이 있는 물은 수돗물이다.

우리나라는 수돗물을 음용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수돗물의 수질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낮은 편이다.

[환경탐구생활] ⑩ 수돗물, 그냥 마셔도 된다…탄소배출도 줄어
◇ 수돗물 깨끗해도 정수기·생수 선호…사건·사고 영향
많은 국민이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생수를 사지만, 우리나라 수돗물은 사실 별다른 처리 없이 음용할 수 있을 만큼 깨끗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물 안전관리 기법, 먹는물 수질기준 59개 외에도 많은 기준을 적용해 관리하고 있고, 유엔이 조사한 국가별 수질지수에서 122개국 중 8위에 오를 정도로 우수하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절반(49.4%) 가까이는 '수돗물에 정수기를 설치해서 먹는다'(중복 응답)고 답했다.

'먹는 샘물(생수)을 구매해서' 마신다는 비율은 32.9%였고, '수돗물을 그대로 먹거나 끓여서'라고 답한 비율은 36%였다.

정부의 수도권 광역상수도 사업, 맑은 물 종합대책 등 덕분에 수질이 향상되고 급수난이 해소되자 우리 국민은 1990년대까지 수돗물을 주 음용수로 사용했다.

하지만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태가 터지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고, 결국 생수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페놀오염 사태는 1991년 3월 두산전자에서 유출된 유해 화학물질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입돼 대구, 부산 등 영남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본 사건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당시까지만 해도 생수는 국내용으로 판매할 수 없고, 수출용 및 주한 외국인용으로만 한정 판매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페놀오염 사태 후 생수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고, 1994년 대법원이 국민의 행복추구권 침해 등을 이유로 생수의 국내 판매 금지에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국내 생수 시장의 막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수돗물 관련 사건·사고는 그 후로도 끊이지 않아 최근에는 2019년 붉은 수돗물 사태, 2020년 수돗물 유충 사태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이런 사건·사고들은 실제 수돗물의 수질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오히려 정부가 수돗물 관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자료보다 오랜 시간 쌓인 부정적 이미지가 수돗물을 판단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환경탐구생활] ⑩ 수돗물, 그냥 마셔도 된다…탄소배출도 줄어
◇ 우리 집 수돗물 안전, 직접 확인한다…물 절약 노력도 필요
수돗물을 음용하면 생수를 마시거나 정수기를 이용할 때보다 탄소배출량이 수백배 줄어들고, 전기 및 물 또한 절약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국민이 수돗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환경부 물사랑누리집'에서 운영하는 '우리동네 수질정보'(https://www.waternow.go.kr/web/waterQltInfo?pMENUID=147&pMENU_NO=105)에서는 냄새, 맛, 색도, PH(산성도), 탁도, 잔류 염소 등의 수질 정보를 지역별로 제공한다.

지역이 아닌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수돗물이 안전한지도 확인할 수 있다.

수돗물 안심확인제는 인터넷이나 전화로 수질검사를 신청하면 해당 지역의 담당 공무원이 각 가정을 방문해 무료로 수도꼭지 수질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알려주는 제도다.

1차 검사에서는 탁도, 잔류염소, pH, 철, 구리, 아연 등을 검사하고, 1차 수질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1차 검사 항목에 일반 세균, 총대장균군, 염소이온, 암모니아성 질소, 망간, 색도, 경도 등을 추가한 2차 검사를 진행한다.

신청은 환경부 물사랑누리집(https://ilovewater.or.kr/web/onLineReq?pMENU_NO=191) 등에서 할 수 있으며, 결과는 검사 후 20일 내 알려준다.

물이 부족해지면 새로운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연환경을 훼손하게 되고 국민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일상생활에서 물을 절약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은 많지만 지형 등 이유로 수자원 관리가 잘 안 되고, 국토 면적이 좁은 반면 인구 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은 낮은 편이다.

또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 국민의 1인당 하루 수돗물 사용량은 295ℓ로,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수도 요금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저렴하고, 생산원가 대비 수도 요금을 의미하는 수도 요금 현실화율은 수년째 70∼80%대에 머물러 있다.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대표는 "우리나라는 하천 물의 35%를 취수해 쓰는 등 사람이 쓰는 비중이 너무 높다"며 "앞으로 기후변화 등 때문에 큰 가뭄이 온다면 물이 부족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 대표는 "먼저 정부가 공급 과정에서의 누수 등을 줄이고, 무료로 제공돼 사용량이 과도한 농업용수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가정에서의 물 사용 30∼50%를 차지하는 변기 등과 관련한 제도를 개선해야 하고, 국민 개개인의 물 절약 노력 또한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환경탐구생활] ⑩ 수돗물, 그냥 마셔도 된다…탄소배출도 줄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