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기려 2002년 시작…'한국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국내외 유명 음악가 대거 참여…하인츠 홀리거·주빈 메타·BBC 필하모닉
두 번째 음악감독 맡은 작곡가 진은숙 "세계적 축제로 성장시킬 것"
스무살 청년 된 통영국제음악제…아시아 대표 현대음악제로 우뚝
매년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올 즈음 경남 통영에서는 클래식 음악의 대향연이 열린다.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음악당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공연에 클래식 애호가들의 얼굴에도 절로 화사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과 그의 음악을 기리기 위한 통영국제음악제(TIMF)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1999년 '윤이상 음악의 밤'과 2000년과 2001년 '통영현대음악제'를 모태로 하는 통영음악제는 2002년에 현재 명칭으로 처음 개최됐다.

윤이상은 동양과 서양의 음악기법 및 사상을 융합시킨 세계적 현대 음악가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서독에서 활동하던 1967년 당시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과장된 동백림(東伯林·East Berlin) 사건에 연루돼 간첩 누명을 쓰고 고초를 겪었다.

이후 독일로 귀화한 뒤 대한민국 입국이 막히자 북한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면서 '경계인의 삶'을 살아야 했다.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타계한 그는 우여곡절 끝에 2018년 통영에 묻혔다.

통영국제음악제는 '한국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로 불릴 정도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음악제로 평가받는다.

윤이상을 잇는 작곡가를 비롯한 새로운 음악가의 발굴, 현대 동서양 음악의 가교 역할을 목표로 한다.

윤이상의 음악을 중심으로 한 현대음악과 클래식 음악 애호가에게 친숙한 작품들을 통해 조화로운 무대를 선보여왔다.

그동안 열린 음악제에는 세계적인 음악가와 연주단체가 대거 방문했다.

윤이상의 오랜 친구였던 오보이스트 겸 작곡가 하인츠 홀리거, 지휘자 주빈 메타·필립 글래스·정명훈,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기돈 크레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피아니스트 최희연·김선욱, 빈 필하모닉, BBC 필하모닉 등이 통영에서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스무살 청년 된 통영국제음악제…아시아 대표 현대음악제로 우뚝
통영음악제는 2014년 통영국제음악당이 새로 개관하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이전까지는 통영시민문화회관과 옛 통영군청사를 개조한 페스티벌 하우스가 행사에 쓰였으나 국제적 음악 행사를 개최하기에 부적합해 새 공연장 건립이 추진됐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들어선 통영국제음악당은 1천300석 콘서트홀과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 야외무대를 갖춘 전문 클래식 공연장으로 구성돼 관객들에게 클래식 음악 공연의 진수를 맛볼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통영음악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는 피하지 못했다.

2020년에는 개최가 아예 무산됐고, 지난해에는 해외 연주자의 내한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연주자 중심으로 진행됐다.

통영음악제 초대 이사장은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2대는 이홍구 전 총리가 맡았다.

2011년에는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독일 지휘자 알렉산더 리브라이히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작곡가 진은숙이 두 번째 예술감독을 맡아 새로운 항해에 나선다.

오는 25일부터 내달 3일까지 열리는 올해 음악제는 '다양성 속의 비전'(Vision in Diversity)을 주제로 고전과 낭만, 현대음악으로 구성한 클래식 공연과 소리꾼 이희문의 무대, 폴란드 영화 '디 오케스트라' 상연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할 수 있는 축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 5년간 음악제를 이끌 진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외국 많은 연주자가 참석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통영음악제는 해외에도 많이 알려졌다.

앞으로 더 다양한 장르와 프로젝트를 청중에게 선사하고, 국제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통영음악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