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는 "1월에 썼던 '꾸준히'(steadily)라는 용어가 어제 '신속히'(expeditiously)로 바뀌었는데, 우리 추측으로는 이는 50bp 인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Fed 긴축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금융여건이 더욱 공격적으로 빡빡해질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둘 다 새로운 예측에 대한 하방 위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씨티그룹도 "파월의 발언은 50bp 인상이 '테이블 위에 있다'(선택 사항이다)라는 정도가 아니라 '할 것 같다'라는 뜻이다. 우리는 5월에 기준금리 50bp 인상을 예상하며, 만약 근원 물가가 계속해서 높게 나오면 5월에 이어 6월 연속으로 50bp를 올려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UBS는 25bp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유지하면서도 “금리가 50bp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RBC의 경우 "파월 의장의 연설을 들으면서 75bp 인상이나 긴급회의를 열고 인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긴급회의를 통한 인상이 확률이 높다고 제안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확률이 그리 낮다고 보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시카고선물거래소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2.25~2.5% 이상으로 인상될 확률을 70% 이상으로 책정했습니다. 또 5월에 50bp 올릴 가능성은 63.9%, 6월에 50bp를 올릴 가능성은 63.5%로 봤습니다. 이런 공격적 금리 인상 예상은 채권 금리 폭등을 불렀습니다. 미 국채 2년물은 오후 4시께 4.3bp 오른 2.166%(최고 2.204%), 10년물은 8.7bp 상승한 2.382%(최고 2.390%)로 거래됐습니다. 2019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아침부터 채권 금리가 폭등(채권 가격 급락)했지만,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5%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은 커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74%, S&P500 1.13% 올랐고 나스닥은 1.95%나 폭등했습니다. 지난 16일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뒤 S&P500 지수는 6% 넘게 뛰었습니다. 금리 폭등에 JP모건(2.13%), 웰스파고(4.40%), 뱅크오브아메리카(3.13%) 등 금융주가 폭등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시장을 이끈 건 기술주였습니다. 애플(2.08%), 알파벳(2.78%), 아마존(2.1%) 등이 크게 올랐고 독일에 기가팩토리 공장을 준공한 테슬라는 7.91%나 폭등했습니다. 또 코인베이스(5.24%) 텔라닥(4.78%) 크라우드스트라이크(6.33%) 쇼피파이(6.37%) 등 고평가 기술주들이 폭등했습니다. 밈주식도 크게 올랐는데요. 대표주자 게임스톱은 무려 30.86%나 급등했고 AMC는 15.02%, 블랙베리는 4.91% 상승했습니다. 금리가 폭등하는 데 왜 주가가 급등했을까요? 그리고 왜 기술주가 이런 장세를 주도했을까요?
① 숏스퀴즈
월가 관계자는 "많은 투자자가 시장이 이렇게 급반등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매도가 많았다"라며 "고평가 기술주와 밈주식 폭등에는 상당수 숏스퀴즈가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S3파트너스 자료에 따르면 게임스톱에 대한 공매도 물량은 이번 주 202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유통주식의 20%를 넘었습니다.
② 연착륙에 대한 믿음?
그러나 애플 등 대장주들의 강한 반등을 숏스퀴즈 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채권 금리 상승을 주가 급등의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그동안 금리가 오르면 통상 듀레이션(만기, 투자 회수기간)이 긴 기술주 주가는 부정적 영향을 받았죠. 그런데 갑자기 금리 폭등이 주가 폭등의 원인이라는 게 무슨 뜻일까요?
뉴욕생명자산운용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 상승에서는 '좋은 상승'과 '나쁜 상승'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좋은 상승은 향후 경기가 괜찮을 것이란 예상을 기반으로 금리가 오르는 것입니다. 반면 나쁜 상승은 인플레이션 폭등 등으로 인해 오르는 것이죠. 물론 금리가 오를 때는 이런 요인들이 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기가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가 금리에 더 많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날 파월 의장은 "현재 상황에서 연착륙을 유도하는 게 간단할 거라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라면서도 "역사에서 소프트랜딩이나 적어도 소프트했던 착륙은 비교적 일반적이었다"라면서 1965년, 1984년, 1994년에 Fed는 경기 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과열을 잡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아침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하며, 경제활동을 약간 제약하는(mildly restricting)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도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가 얼마나 빨리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빠를수록 좋다"면서 "1994년 긴축 사이클이 아마도 여기에서 가장 좋은 비유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이끄는 Fed는 1994년부터 1995년 초까지 약 13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3%에서 6%로 인상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기 연착륙에 성공했고 1990년대 10년간 경기 확장기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1994년은 '본드마켓 대학살의 해'라고 말했습니다. 그해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를 마구 올리는 사이 채권 금리는 급등했습니다. 채권 가격이 폭락한 것이죠. 하지만 그해 주식은 멀쩡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연초 465.44로 출발해서 연말 459.27로 끝났습니다. 1.54% 내린 데 그쳤습니다. 경기가 둔화하지 않고 연착륙될 것이란 예상에 따라 버텨낸 것이죠. 그리고 다음 해 S&P500 지수는 34.11% 폭등하는 등 질주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질주는 2000년 닷컴버블이 터지기 전까지 5년간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50bp씩 금리를 올린다는 발언이 침체 우려를 자극했다면 이날 장기 금리는 내려가면서 채권 수익률 곡선이 역전될 수도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채권 금리 상승은 'Fed의 공격적 금리 인상 예상'에다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덧붙여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입니다. 사실 이날 10년물 등 장기물 금리가 더 많이 오르면서 채권 수익률 곡선은 약간 가팔라졌습니다. 2년/10년물 스프레드가 전날 17bp에서 20bp 이상으로 벌어진 것입니다. 침체 신호가 약해졌다고 볼 수 있지요.
결국,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경기만 침체에 들어가지 않으면 주식은 괜찮을 것이란 논리가 강하다는 얘기입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으면 나머지 기간(경기 확장기)에는 88%의 기간 중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UBS는 이날 보고서에서 "연착륙을 달성할 수 있다는 파월의 주장은 현재 증시의 강세 때문에 뒷받침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상당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Fed는 경기 침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긴축 금리를 달성한 고무적인 실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Fed는 여전히 이중 의무(최대 고용, 물가 안정)를 충족하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UBS는 결론적으로 "여전히 주가가 올해 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Fed가 여전히 계획한 만큼 금리를 올릴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상당히 많습니다. 금리를 열 번씩 올리기도 전에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긴축을 중단하고 시장 지원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부딪힐 것이란 주장이지요. 결국, Fed에 대한 신뢰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왜 기술주가 최근 더 강세를 보일까요? 월가의 리서치회사인 스트레타가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기술주에 대한 몇 가지 희소식: 지난 두 번의 유가 급등 직후 승자"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1990년 이후로 3개월 동안 최근처럼 유가가 급등하고도 침체를 피한 사례가 두 번(1999년 5월과 2016년 5월)이 있었는데, 그럴 때 기술주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는 겁니다. 즉 1991년 5월부터 3개월간 반도체주 50.8%, 전자 장비 34.6%, 테크 하드웨어 17.8% 등 기술주가 시장을 이끌었다는 겁니다. 또 2016년 5월부터 3개월 동안에도 반도체 15.7%, 커뮤니케이션 장비 9.5% 등 기술주 수익률이 높았습니다.
③ 기업 실적 버텨내나
월가 관계자는 "지금처럼 거시경제가 불안할 때 주가는 펀더멘털(기업 이익)에 달려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이익이 계속 증가할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나이키는 기업 실적이 버틸 수 있다는 희망을 줬습니다. 나이키는 전날 장 마감 뒤 발표한 최근 분기(작년 12월~올해 2월) 실적에서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5% 늘어난 108억7000만달러(예상 105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주당순이익(EPS)은 0.87달러(예상 0.71달러)를 웃돌았습니다. 글로벌 공급난과 중국에서의 저조한 판매를 이겨내고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습니다. 이날 2.2% 오른 배경입니다. 이 관계자는 "4월 중순 시작될 1분기 어닝시즌이 증시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라면서 "기업 이익 증가세가 유지될 것이란 게 확인된다면 주가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이날 4511.61로 강력한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4600선에 2% 차이로 다가섰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당분간은 수많은 헤지가 걸려있는 4600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럴 확률은 좀 낮지만 정말 4600을 돌파한다면 매우 큰 숏스퀴즈가 나타나면서 크게 넘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이 관계자는 "금리가 오를 때도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보는 동안에는 주식이 오른다"라면서 "하지만 문제는 침체가 올 것이란 두려움이 커지면서 금리가 꺾어지는 순간이다. 그러면 주식이 더 오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노무라는 "주식의 진정한 하락은 Fed가 경기 침체 임박을 느끼고 금리 인상을 중단할 때 온다"라고 밝혔습니다. 윤제성 CIO는 "인플레이션이 7%에 달하는 상황에서 현금이나 채권보다 주식을 갖겠다는 건 이해가 된다. 인플레이션이나 Fed의 경로도 불확실성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기업 이익이 줄어들까 걱정이 된다. 지금 상황은 베어마켓 바운스라고 보고 S&P500 지수가 4600에 간다면 주식을 파는 게 맞다. 특히 듀레이션이 긴 고평가 기술주는 이런 기회에 줄여야 한다. 나는 적어도 지금 수준에서는 더 사지는 않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