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LTV 80%까지 완화…30년 아파트 재건축 빨라져
부동산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급 확대는 물론 세금과 대출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어서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활성화돼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을 한시적으로 배제해 ‘매물 가뭄’이 해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묶여 있는 분양가는 다소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무주택자인 경우 청약에 도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자금 여력이 된다면 안전진단 완화 호재를 맞은 재건축 단지를 투자처로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재건축 활성화·공급 확대

윤 당선인은 부동산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도심·역세권 복합개발을 통해 20만 가구(수도권 13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도심 복합개발 혁신지구 제도를 도입해 도심지역, 역세권, 준공업지역 등을 복합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소규모 정비사업지에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공급 물량을 10만 가구(수도권 6만5000가구)로 확대한다.

가장 관심을 끄는 정책으로는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가 꼽힌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초기 핵심 걸림돌이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1320가구), 양천구 신정동 ‘목동 9단지’(2030가구) 등 1980년대에 지어진 노후 아파트가 안전진단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실수요자 LTV 80%까지 완화…30년 아파트 재건축 빨라져
윤 당선인은 안전진단 기준 중 구조 안정성 비중을 당초 50%에서 30%로, 주차장 등 주거 환경 비중은 15%에서 30%로 각각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의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이런 이유로 상계동, 목동 등 재건축 추진 단지 시세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 용적률을 상향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정비사업을 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종 상향을 통해 169~226%인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을 높이면 10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공택지에 140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소규모 정비사업지에도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공급 정책을 통해 대통령 임기 5년간 전국에 250만 가구 이상(수도권 130만 가구 이상) 주택을 짓겠다고 공언했다.

일각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으로 재건축 단지의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면서도 “더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문제도 반드시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 규제 대폭 완화

부동산 세제도 전면 수정된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인하하고, 장기 보유 고령층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매각하거나 상속할 때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선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는 취득세를 면제하거나 1% 단일세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1~3%인 1주택자 취득세율도 단일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양도소득세도 완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최고 세율은 40%에서 최고 75%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다주택자가 주택 매각보다 증여나 버티기에 나서며 매물 잠김과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났다. 윤 당선인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을 한시적으로 최대 2년 유예할 예정이다. 다주택자에게 양도세 중과세율을 낮춰 퇴로를 열어주고 주택 거래 정상화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실수요자 대출 ‘숨통’

자금 마련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실수요자의 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이 80%까지 완화될 예정이다. 생애 최초가 아닌 1주택 실수요자는 상한 70%, 다주택자는 상한 30~40%까지 차등 적용하는 내용도 공약에 포함됐다.

윤 당선인은 신혼부부에게는 4억원 한도로 3년 동안, 출산한 경우 5년까지 저금리로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 지원을 돕겠다고도 공언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는 3억원 한도로 3년간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LTV 규제 완화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함께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DSR에 관한 공약은 따로 내놓지 않은 상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오는 7월부터 DSR 규제 적용 기준이 총 대출액 2억원에서 1억원으로 강화되는 만큼 DSR 규제를 함께 완화하지 않으면 소득이 낮은 실수요자는 정책 효과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며 “금리가 인상되면서 대출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대출 총량이 대폭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경우 꾸준히 청약에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각종 분양가 규제로 인해 새 아파트 가격이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윤 당선인의 취임일(5월 10일) 이후 종합부동산세 납부 기준일(6월 1일)까지 시간이 촉박해 종부세를 낸 매물이 바로 시장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실수요자는 인근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청약을 노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여력이 된다면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단지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