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정부출연연구소가 현대인의 필수 영양제로 불리는 눈 건강제인 루테인 성분을 미세조류에서 추출하는 공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민간기업에 이전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이 지난 1월 화장품 원료 제조·판매업체인 에스크컴퍼니와 공동으로 설립한 연구소 기업 ‘에스크랩스’가 주인공이다. 연구소 기업은 연구개발특구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연구기관이 자금과 기술을 출자해 민간과 공동으로 설립한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1200여 개가 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미세조류에서 루테인 성분 추출
에스크랩스는 기존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마리골드 유래 루테인을 대체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개발 및 상용화를 목표로 설립됐다. 에스크랩스는 이를 위해 ‘루테인·제아잔틴을 추출할 수 있는 신규 미세조류’ 기술을 생명연 미세조류 세포공장 중개연구단(단장 김희식 센터장)으로부터 이전받았다.

주로 마리골드(금잔화)라는 꽃잎에서 추출하는 루테인·제아잔틴은 시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황반에 집중적으로 존재하는 성분이다. 강한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 안구질환 영양제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마리골드 재배가 되지 않아 원료 조달에 문제가 있었다.

생명연은 5년간 연구를 통해 루테인·제아잔틴을 대량으로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미세조류를 인공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두 가지 추출물을 효율적으로 뽑아내는 기술도 개발했다. 미세조류는 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수준으로 크기가 작은 단세포 생물체다. 미세조류 종류에 따라 루테인, 제아잔틴, 항산화물질 등 여러 가지 생성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김 센터장은 “중개연구단은 루테인과 제아잔틴을 추출할 수 있는 클로렐라 등 미세조류를 개발했는데, 클로렐라는 국내에서 인공적으로 배양이 가능하다”며 “눈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사업을 에스크랩스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명연은 지난 10년간 기술을 출자해 연구소 기업 11개를 설립했다. 에스크랩스는 생명연의 11번째 연구소 기업이다. 에스크랩스 설립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공연구성과 활용 촉진 R&D 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이 사업은 잠재력이 있는 실험실 아이디어를 발굴해 시장의 관점에서 구체화하고 상용화로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